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단순 융자 중심의 자금 지원에서 벗어나 성장성있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면서 스타트업 투자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중진공의 밀착 투자로 후속 민간투자를 유인하고, 지원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도전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자금 위기의 구원투수에서 성장 동반자로서 역할이 커졌다는 평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진공의 투융자복합금융 사업의 지원을 받은 업체들이 연이어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블루오션', 접합 기술 장비업체 '레이저쎌' 등이 대표적이다. 레이저쎌의 경우 지난해 11월 성장공유형 자금 30억원을 지원 받은 이후 12월에 민간 투자 20억원, 올해 초 50억원은 연이어 투자 받았다. 투자 사각지대로 불리는 제조분야 스타트업이 이룬 성과라 더욱 주목 받았다.
중진공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성장공유형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의 누적 후속 투자 유치금은 8859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인 2010년 전후로는 투자 유치 금액이 500억원을 채 넘지 못했으나 지난 2018년부터는 1000억원으로 갑절이상 늘었다. 올해 코로나19로 민간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상반기 22개 기업에서 674억원의 민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성장공유형 자금지원 사업은 중진공의 대표적인 투융자복합금융 사업이다. 기술성과 미래 성장 가치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을 중진공이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다.
최근들어 이같은 지원혜택을 받은 기업들이 코넥스·코스닥에도 속속 입성하고 있다. 올해 이미 2곳이 코스닥에 상장했고, 매년 평균 4곳 이상이 IPO에 성공하고 있다. 올해 7월에 코스닥에 상장한 신도기연은 2012년 말 성장공유대출 10억원을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 가치 86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코스닥 상장하면서 1947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중진공은 지난해부터 자금 지원 규모를 보다 확대해 '스케일업금융'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지원, 넥스트 유니콘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민간투자자들이 유동화증권 인수자로 참여해 정부투입 재정의 3~4배 수준의 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첫해인 지난해에만 114개사에 3536억원을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신용평가등급에 따라 20~55억 수준으로 발행이 이뤄져 기업당 평균 31억원 수준으로 지원 받았다. 특히 올해는 중소기업의 코로나 위기상황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집행 시기를 앞당겨 지난 9월말 93개사를 대상으로 3506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초정밀 가공기술 전문업체인 대성하이텍의 경우 중진공의 성장공유형 자금와 스케일업금융 지원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기존 자동차 선반 사업 뿐 아니라 의료 장비,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가공사업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중진공의 단기간 공격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벤처캐피탈(VC)로부터 30억원의 후속 투자도 유치했다.
지난 5월 취임한 김학도 이사장은 중소기업이 투자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중진공의 투융자복합금융 사업을 보다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선우 STEPI 연구위원은 “와해성 기술의 등장과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각종 펀드 및 정책 자금의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며 “정부도 빠르게 대형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와 실행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