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암호화폐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의 상장 종목 수가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를 보호하기엔 현재 거래소 상장 종목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한 발 앞서 암호화폐 거래를 법제화한 국가다.
김용태 금융감독원 핀테크혁신실장은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의 방향, 금융거래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거래소 암호화폐 상장 종목은 100개가 넘는다. 검증되지 않은 암호화폐가 상장·거래되고 가격이 널뛰기하는 현상을 목도했다”면서 “일본 내 거래소에서 상장된 종목 수는 6개 정도에 불과하다.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법제화한 첫 국가로 꼽힌다. 2016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하기 위해선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당국이 허가한 거래소는 26개다. 이 가운데 20여개가 현재 영업 중이다. 투자형 토큰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한 금융상품거래법 적용 명시, 콜드월렛 의무화, 가격 조작 금지, ICO 정보공개 제도 등을 마련했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과 국내 거래소 간 암호화폐 상장 종목 수다. 거래소의 경우 수십여개는 물론 100여개에 달하는 종목을 상장했다. 개별 거래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림잡아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일본 거래소 상장 종목 규모가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은 일본 금융청이 거래가능 암호화폐를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거래가 허용된 암호화폐를 제한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법으로 규정된 상장 가이드라인은 없다. 대신 거래소 자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특금법 시행령 초안에 따르면 특금법 시행령에는 거래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코인 취급은 법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포괄적으로 상장 기준을 담지는 않았다. 특금법 시행 후에도 '모네로'와 같은 다크코인 금지 규정을 제외하곤 거래소 자체 상장 가이드라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거래소 상장 종목이 지나치게 늘어났다는 우려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암호화폐가 우후죽순 늘어난 상황에서 거래소가 각 프로젝트를 명확하게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최고경영자는 “'상장 검토한 프로젝트를 거래소가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온갖 화폐가 상장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자체 가이드라인이 있더라도 거래소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정체가 불분명하고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있는 암호화폐가 상장, 유통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상장 기준을 제고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 종목 규모를 인위적으로 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현재 거래소 상장 종목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확실하게 검증된 암호화폐 위주로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표】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주요 내용
<자료:금융위원회>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