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직원 3369명을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점이 집중된 롯데마트와 슈퍼 사업부 인력이 대거 감소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인력 강화 의지를 밝힌 e커머스 사업부마저 직원 수가 줄었다.
부실 점포 정리에 들어간 롯데는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1년 만에 대규모 감축이 발생했다. 오프라인 유통 침체와 코로나19 직격탄, 여기에 정부 규제까지 겹치면서 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한 롯데의 극심한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7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롯데쇼핑 총직원 수는 2만48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235명)보다 3369명 줄었다. 감원율은 11.9%에 이른다.
사업부 가운데 롯데슈퍼의 감소 인원이 가장 많았다. 롯데슈퍼 사업장 직원 수는 지난해 9월 6900명에서 올해 9월 5584명으로 무려 1316명이나 줄었다. 감원율은 19.0%다. 부실 점포 폐점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상반기에만 48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점포 구조조정 주요 대상인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직원 수가 1만3549명에서 1만2460명으로 1089명(8.0%) 줄었다. 롯데백화점 직원은 5982명에서 5419명으로 563명(9.4%) 감소했다. 롭스 감소율이 가장 컸다. 지난달 롭스 직원 수는 66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16명 대비 34.6% 급감했다.
심지어 디지털 전환을 위해 인력 채용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온라인 사업마저 직원 수가 감원됐다. 롯데 e커머스사업부 직원은 지난해 9월 788명에서 지난달 739명으로 49명(6.2%) 줄었다.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을 담당하는 사업부로, 대부분 유통사가 인력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이보다 앞서 롯데쇼핑은 경영 위기가 심화하면서 올해 안에 120개 매장(백화점 5개, 마트 16개, 슈퍼 74개, 롭스 25개)을 폐점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실제로는 1년 만에 전체 직원의 약 12%가 짐을 쌌다.
재무 불안전성이 커지자 경영진은 인건비를 줄여서 고정비 부담을 덜기로 했다. 고용 창출보다는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점포 폐점이 인력 감축으로 직결됐다. 롯데마트 양주·천안아산·신영통점이 문을 닫은 지난 6월 1개월 동안 롯데마트 퇴사자 수는 171명이었다.
롯데의 인력 감축은 실적 부진이 주원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올 상반기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2423억원으로 적자 전환을 했다. 여기에 입법을 앞둔 출점 제한과 의무휴업 확대 등 유통 규제안도 몸집 줄이기에 일조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소비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일자리 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앞으로도 인력 감소폭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점포 구조조정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에는 그룹 신입 공개채용을 통한 인력 충원이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그룹 공채 대신 계열사별 필요 인력만 엄선해서 '핀셋' 채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출소 직후 공언한 '2023년까지 7만명 신규 고용'이라는 대규모 채용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를 위해선 매년 1만4000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지만 오히려 매년 채용 규모가 줄고 있다. 올해는 1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의 주류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가운데 롯데쇼핑의 대응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