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에 고도주를 기피하는 음주 트렌드에 국내 위스키 시장이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음주 문화가 위축되면서 판매량과 수입액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위스키 업계는 품종을 다변화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11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위스키 수입량은 1만440.8t으로 작년 동기보다 1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액 역시 7447만달러(약 728억5000만원)로 26.5% 급감했다.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8년 284만1155상자로 고점을 찍은 후 10년 넘게 내림세다. 특히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김영란법)과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 영향이 컸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에는 11.7% 줄어든 166만9039상자로 급감했고 2017년에도 8.2% 줄어 들었다. 2018년에는 저도 위스키와 싱글몰트 위스키 등의 인기에 1.6%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 다시 0.7% 감소로 돌아선 상황이다.
올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모임 자체가 줄어들고 8월 중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위스키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시장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유흥주점이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영업중지에 들어갔다.
또 다른 주요 판매처인 면세점의 영업 중단도 위스키 시장 위축을 가중시켰다.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 주요 공항 면세점 매장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고 여행객 발길이 끊기며 위스키 판매가 급감했다. 이같은 여파에 국내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의 상반기 위스키 매출은 489억8000만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3.5%나 감소했다.
최악의 위기 속 위스키 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출고가 인하를 단행하고 저렴한 라인업을 신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또한 혼술·홈술 트렌드에 맞는 소용량 제품과 다양한 음용법 및 시음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소비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변화된 주류 트렌드 변화와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혼술족' 수요만으로 매출을 보전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국내 위스키 시장이 미치는 여파가 너무나 큰 상황”이라며 “회사마다 나름의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