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가 올해로 개통 50주년을 맞았다. 1970년 7월 428㎞ 길이로 개통, 최대 15시간 이상 걸리던 서울과 부산 간 거리가 5시간 이내로 단축되면서 이른바 '일일생활권의 기적'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철도 중심 수송 구조가 도로 위주로 변화하면서 화물 수송의 신속·대량화를 통한 물류비 절감 및 상품의 적기 공급 등으로 이어졌다. 이는 곧 '교통·수송·유통' 변혁으로, 경제 발전의 시작이자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5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는 지속 성장과 정체라는 갈림길에서 고속도로 건설이라는 기적을 통해 한 걸음 나아간 것처럼 코로나19로부터 촉발된 경제 위기와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 등 거대한 시련 앞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또 한 번의 기적을 일궈 낼 때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K-방역'이라는 찬사와 함께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 속에서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지만 최근 재확산으로 인하여 수출 하락 및 내수 부진이 다시 심화하는 등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 기대한 경제가 다시 침체 상황 앞에 놓였다.
실제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출액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0.1% 하락, 6월 이후 다시 두 자릿수 감소 폭으로 돌아섰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각각 7.7%,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를 다시 한 번 극복할 수 있는 '기적'을 일구기 위해 가장 필요한 무기는 과연 무엇일까. 방역 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전 국민의 협조가 최우선이겠지만 경제 일선에 선 기업에는 '위기 극복 DNA' 확보와 함께 '차별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가장 앞장서서 실현하고 있는 기업군이 바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이노비즈기업이다. 그동안 이노비즈기업이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일궈 낸 우수한 기술력은 진단키트, 마스크, 비접촉식 체온계 개발 등으로 이어져 코로나19 극복의 최우선에 선 바 있다. 최근에는 '온택트'라는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길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한 예로 협회는 이노비즈기업이 쌓은 우수 기술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신흥국 중심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온라인 상담회를 매월 진행하고, 영상회의·재택근무와 같은 기업 내 비대면 서비스 도입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또 우수 인력 채용 지원을 위한 온라인 박람회 및 화상 면접 등을 하반기 채용 시즌에 맞춰 오는 11월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 역시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 노력하고 있다. 자율성과 개방성 확대를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R&D)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3년 동안 5000억원 규모의 '기술혁신펀드'를 조성해 혁신형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1년도 R&D 예산을 올해 대비 16% 이상으로 확대하고, 제조 혁신 중심의 중소기업 디지털화에 앞장서는 등 코로나19가 변화시키고 있는 산업 구조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사회는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떤 것도 주지 않는다. 산은 오르는 자에게만 정복된다”라고 말했다.
50년 전 기적을 불러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경부고속도로처럼 위기 극복을 위해 기술 혁신이라는 등산복을 입고, 거대한 산을 한발 한발 정복해 나가고 있는 이노비즈기업에 더 많은 관심과 실질 지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끝에는 새로운 50년을 열어 갈 또 다른 '기적의 순간'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조홍래 이노비즈협회장 hrcho@tokim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