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업 탈락은 주관적 상상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졌기 때문"

많은 창업자들은 정부지원 R&D 사업을 ‘하늘에 별 따기’ 쯤으로 여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지원자들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일찌감치 포기하고 은행으로 눈을 돌리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분명한 것은 정부가 매년 R&D 사업을 위해 준비한 예산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 예산은 매년 소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 받는 창업자들의 성공 스토리도 매년 탄생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왜 나만 떨어질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장태형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교수로부터 들어봤다.

정태형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교수
정태형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교수

- 정부지원 R&D 사업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는 현장 목소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 창업부터 중소기업 지원까지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각 부처별로 전담기관을 나눠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사업을 찾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지 결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서류전형과 면접시 그에 맞는 작성 및 면접 방법을 습득하면 보다 이해하기 쉽다. 또한 기업이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이를 정부가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하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는 게 R&D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을 하고 있다면 우선적으로 도전해 보는 게 좋다.

아울러 어떤 이들은 정부가 돈을 빌려주는 사업으로 알고 있는데 융자와 같은 사업은 별도로 다른 시스템이 존재한다. R&D 사업은 아이디어에 따른 기술창업이나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제도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 이처럼 좋은 제도라면 왜 다른 기업들은 과제를 신청하지 않는 것인가? 지원 자격기준이 높은 것은 아닌지.

▲ 자격 요건 및 기준이 다양한 것이지 결코 커트라인을 만들어 신청기업을 막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 정부지원 R&D 사업이다.

새로운 사업을 만들려고 기획하는 창업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여 회사를 성장, 발전시키려는 기업의 대표 또는 임직원,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키우거나 새로운 기회를 만들려고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게 R&D 사업이다.

그럼에도 다른 기업들이 과제를 신청하지 않는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는 이런 정부지원 R&D 사업 자체를 모르거나 알고는 있지만 어렵다고 지례 짐작해 판단하는 선입관념에 있다.
 
- 어떤 업체는 여러 번 지원했는데 매번 탈락했다고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몇 년 동안 다양한 부처에서 정부지원 R&D 사업에 지원하는 사업계획서를 평가하면서 느꼈던 점은 제출된 사업계획서의 기술성, 사업성 등 내용면에서는 좋으나 그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는데 있어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가장 빈번한 것은 주관적인 상상에 의해 고객을 만들고 "고객은 이런 것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지원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객관적인 근거의 제시가 없으면 어느 누구도 결코 믿지 않는다"라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강조하고 싶다.

또한 아직까지도 정부지원금은 '눈먼 돈'이라고 부르며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정부지원금의 집행과정은 점점 더 객관화되고 어려워지고 있어 사전준비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 정말로 정부지원 R&D 사업에 지원할 필요성이 있는지부터 검토했으면 좋겠다. "사업공고가 났으니 우선 지원하고 보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자세로는 결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R&D 사업은 수단이지 목적이 되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기업의 성장 및 발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그 플랜에 맞는 정부지원 R&D 사업을 찾아봐야지, 정부지원 R&D에 맞는 플랜을 준비해서는 결코 승산이 없다.

마지막으로 준비과정에서 R&D 사업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절차적 측면에서 최종 선정되기까지 기업에 맞는 지원사업을 찾아야 하고 사업에 맞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하며 서면평가, 현장평가, 발표자료 준비, 대면평가 등 실제 협약까지 약 3~5개월 가량의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맞춰 정부지원금도 그 이후부터 투입되는 것이지 당장 진행한다고 해서 1~2개월 이내에 투입되는 결과는 결단코 없다. 이렇게 되면 준비 과정에서 인력투입, 비용투입 등으로 소모되는 비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특히 선정 이후에는 민간부담금의 현금 납입이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현금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과제 종료 후에는 최종보고서 및 연구노트 작성/제출, 사업비 정산 및 회계감사보고서 대응, 기술개발 결과물에 대한 최종 현장점검, 최종 평가 등의 과정을 거치고 최종 '성공' 판정을 받아야 과제가 종료된다. 이후 기술료 납부, 5년간 성과관리 등 업무가 남아 있지만 사전에 준비와 특성을 모르고 진행하다 보면 결과에 따라 낭패를 보는 사례도 많이 발생하고 있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