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트롤링'이란 단어를 아는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용이 폭증한 영상회의 시스템 ZOOM의 보안 취약 구조를 이용해 제3자가 정치 및 인종 차별성 메시지와 음란물을 송출해서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줌트롤링과 같은 위험이 있음에도 수많은 학교·교육기관에서 ZOOM 같은 다양한 영상회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유는 온라인 교육에 대한 준비 없이 비대면·언택트 도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기존에 활용하고 있던 영상회의 시스템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비대면·언택트만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편으로 교재를 발송하거나 영상교재를 통해 교육을 진행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며 경험과 주입을 통해 학습하던 시대에서 정보를 직접 찾아 획득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한 만큼 교수자와 학습자 간 양방향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공개수업(MOOC)으로 요약할 수 있는 현세대의 온라인 교육은 단순히 녹화된 콘텐츠를 재생하던 이러닝 방식을 넘어 학습자 자율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교육 내용이 공개되는 등 예전과 다른 양방향 교육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영상회의 시스템이 빠르게 온라인 교육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현장에서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초등교육 시기에는 훈육의 목적이 공존하기 때문에 교수자가 학습자 얼굴을 보며 학습 내용 외에도 태도나 표정 등을 관찰할 필요가 있지만 대학생 이상의 성인 교육 환경에서는 학습자의 얼굴을 보며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교육 진행에 방해가 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콘퍼런스, 세미나 등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오히려 서로 얼굴을 보는 것이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며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기업 교육을 진행하는 일부 강사들은 학습자들이 인사만 하고 바로 카메라를 끄기 때문에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마치 면벽수행을 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실상 영상회의 시스템은 5~10명의 소규모 인원이 모였을 때 효과가 있다. 각 개인이 의견을 표현하고 의사결정을 진행하며, 회의에 참석하는 특정 인원만 참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축약하면 1대1 소통에 특화돼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교육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1대1 소통이 아닌 1대 다수의 소통이 필요하다. 특히 교수자(1)와 학습자(다수) 관계에서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기능으로서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교육 목적에 맞는 수업 방식은 필수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은 영상회의 시스템과 달리 교육 진행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영상이 노출되는 것은 교수자와 소수로 한정하고 학습자들은 텍스트 위주의 의견을 남길 수 있으며, 교수자의 발표자료를 공유하고 간단한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등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담아내고 있다. 교육 외 출석 체크나 교육 시간 기록도 제공되며, 화면에 보이지 않는 학습자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한 깜짝 퀴즈 등을 준비할 수도 있다. 특히 시스템에 남겨진 모든 정보를 데이터 형식으로 저장하고 출력할 수 있으며, 다음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영상회의 시스템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며 발생하는 부수 효과도 긍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육 담당자들이 자리를 세팅하거나 다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교육 외 리소스 낭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시간이 절약되고 교육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만큼 양질의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집합 교육을 대규모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고 있다. 20~30명씩 모여 강사를 초빙하고 진행하던 대면 교육이 어려워지면서 한 번에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 수만명 단위의 기업 교육, 세미나를 웨비나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빠르게 시대가 바뀌는 만큼 각자의 목적에 맞는 개별화, 맞춤형 온라인 교육 방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에 대한 구분이 절실한 시대다.
민경욱 IT&BASIC 대표 kw.min@itnba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