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본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 회사가 올해 금융당국에 신고한 부수업무는 단 3건에 불과했다. 올해만 20건 이상 신고한 보험사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규제 완화 조치에도 현실의 벽이 높아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12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카드사가 금융당국에 신고한 부수업무 건수는 단 3건이다. 이조차도 2017년 11월 21일 이후 3년여 만에 신고된 실적이다.
올해 카드사가 신고한 부수업무는 △삼성카드, 비대면 실명확인 시스템을 활용한 타금융사 비대면 실명확인 업무 △현대카드, 모바일 전자증명 서비스 업무 △하나카드, 매출정보 등 가맹점 정보의 신용정보회사 제공 업무 등이다.
부수업무는 금융회사가 본업 외에 다른 업무를 영위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부수업무를 하기 위해선 사업 개시 7일 전에 금융당국에 신고하면 된다. 본업 경쟁력이 악화한 금융사의 수익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본업 경쟁력에 어려움을 겪자 본업 외에 다양한 부수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2015년 종전 부수업무 포티지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등 예외적 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부수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여신금융업감독규정이 정하고 있는 조건 내에서 부수업무를 겸업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적합업종을 빼면 실제 카드사가 수익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신고 전 금융당국이 영향분석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엄격해 사전에 거절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주장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현행 부수업무 규정은 여전업과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데다 중소기업적합업종까지 포함되면 안돼 실질적으로 범위가 매우 좁다”면서 “게다가 신고제이지만, 사실상 금융당국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같은 해석이 엄격해 카드사가 다양한 부수업무를 영위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올 들어 적극 부수업무를 늘리면서 수익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보험업 부수업무 규제 완화로 '건강관리 서비스업'이 추가되면서 헬스케어를 포함해 소프트웨어〃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문업이 크게 늘었다. 실제 올해 보험사가 신고한 부수업무 건수만 22건에 달한다.
카드업계는 빅테크, 핀테크 회사들이 지급결제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빅테크·핀테크 회사들이 플랫폼을 통해 업권간 경계를 허물고 있는 만큼 카드사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벽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핀테크의 부수업무가 플랫폼화하면서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지급결제 시장까지 들어오는 상황”이라면서 “이들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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