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이르면 이달 하순에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CJ그룹은 통상 12월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조기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복수의 CJ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CJ그룹은 예년보다 앞서 2021년도 정기 인사 준비에 들어갔다. 통상 CJ그룹이 개최하는 'PGA투어 더 CJ컵' 이후 본격적인 인사 준비를 해 왔지만 올해는 준비작업 자체가 보름 이상 앞당겨졌다. 인사 작업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2021년도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데 무게감이 실린다.
대표적으로 CJ ENM 대표이사 교체가 언급된다. 2018년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하면서 단독 대표에 오른 허민회 총괄부사장이 교체된다. 강호성 CJ 주식회사 경영지원총괄 겸 CJ ENM E&M 경영지원총괄이 대표직에 오르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법무법인 광장 출신인 강 부사장은 2013년 CJ E&M의 전략추진실 법무실장으로 영입됐다. 이후 지주사로 이동해 2018년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7월 CJ ENM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룹과 CJ ENM의 경영지원총괄을 겸하고 있다.
강 부사장의 겸임은 2021년 인사에서 CJ ENM 대표이사에 오를 것을 염두에 둔 사전 조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실장 출신이 대표이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사건 등 홍역을 치른 CJ 입장에서 준법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있다.
허민회 대표는 지주사행 가능성이 있다. CJ주식회사 경영총괄, CJ푸드빌 대표,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CJ오쇼핑 대표 등을 두루 맡아온 만큼 그룹 컨트롤타워인 지주사에서 계열사를 관리하는 데 능력이 있다. 경험이 많고 여전히 이재현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에서 영입한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과 코로나19 사태에 집밥 수요가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는 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거론되는 CJ올리브영의 구창근 대표와 뚜레쥬르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CJ푸드빌 정성필 대표도 유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임원 승진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정직 상태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회사에 복귀한 뒤 1년 성과를 보인 뒤 내년 인사에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J의 올해 정기 인사는 조직 혁신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 대응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 내실 강화 쪽에 집중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CJ가 인사 시곗바늘을 앞당기고 있다”면서 “큰 폭의 변화와 쇄신보다는 안정 속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