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가 최근 충전기 제조사 및 충전서비스 업체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주유소의 전기차 충전소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감소 추세, 전국 주유소 과포화, 정제 마진 등 수익성 악화 현상이 계속되면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전략의 일환이다.
정유업계는 내년부터 기존의 주유소 거점을 점차 초급속 충전소로 전환해 나갈 방침이다. 국내 정유 4사 모두가 최근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및 충전서비스 업체와 협력 체계를 구축, 전국 주유소를 단계별 전기차 충전소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일부 업체만 정부 지원사업 등을 통해 시범으로 충전소 전환을 진행했다. 전기차 충전사업을 정유 4사 모두 사업화를 위해 필요한 서비스 기술과 제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기차 시대를 맞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에스트래픽(충전서비스)·중앙제어(충전기), GS칼텍스는 LG전자(운영시스템)·시그넷이브이(충전기)와 각각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중앙제어·차지인(운영시스템), 에쓰오일은 대영채비(충전기 제조·운영시스템)와 각각 협력한다. 이들 정유사 가운데 일부는 현재 협력업체에 전략적 투자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협력사를 두고 정유사가 충전소를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모델을 만들고 있다. 회사별 서비스 사업 전략에 따라 내년부터 충전시설 및 서비스 모델 체계화를 독자 형태로 확립해 나갈 방침이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초기인 만큼 정부 보조금 사업을 통해 초기 투자비를 최소화하면서 전기차 수요에 따라 충전소의 초급속충전기 전환 물량을 점차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는 오는 2023년까지 190개 충전소에 초급속충전기 1~2기를 설치·운영한다. GS칼텍스는 2022년까지 160기, 현대오일뱅크는 2023년까지 200기의 초급속충전기를 구축한다. 현재 300㎾급 이상의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모델이 몇 안 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2022년 이후부터 충전소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정유 4사는 주유소뿐만 아니라 유통·물류센터 등까지 충전서비스 인프라로 확대하는 한편 화물용 전기트럭, 전기택시 등 법인 고객을 위한 특정 요금제나 서비스 체계도 특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13일 “내년부터 정유업계의 충전사업 진출이 본격화하고, 국내 전기차 수가 30만~40만대에 이르는 2023년을 전후해서 성과를 내게 될 것”이라면서 “주유소 거점과 그동안의 고객 대응 서비스 노하우를 활용, 주유소의 충전소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