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른다. 정주영, 정몽구 회장에 이어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입원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속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4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승진 선임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을 감안해 이사회는 화상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14일 오전 7시 30분 긴급이사회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정의선 회장 선임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지난 12일 긴급이사회 개최를 개최한 직후 이사들에게도 안건이 1개라는 사실만 공지하고 구체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다. 현대차는 화상회의 예행연습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현대차그룹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3월 정몽구 회장이 내려놓은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으면서 사실상 현대차그룹 총수 역할을 했다.
수석부회장 승진 후 2년여 만에 회장직에 오르면서 현대차의 미래차 드라이브에도 더욱 속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내년 전용 플랫폼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하며 전기차 시대를 활짝 열 계획이다. 세계 최초 수소트럭 양산 체제를 갖추고 유럽 수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현대차는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할 대표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병원에 입원한 정몽구 회장은 병세가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긴급이사회를 통해 회장직에 오른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만 49세인 정 수석부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현대모비스 부사장,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2009년부터 현대차 부회장을 맡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2005~2009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를 지내며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고, 2010년대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며 브랜드 고급화에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