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주 대표는 1983년 입사한 이후 약 40여년간 주류업계 외길을 걸어온 위스키 전문가다. 국내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위스키 브랜드들은 그의 손을 거쳐 시장에 안착했다. '일이 취미였다'는 김 회장의 노력으로 국산 로컬 위스키는 물론 발렌타인, 글렌피딕 등 인터내셔널 위스키 브랜드도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위스키 업계 전설' '히트 상품 제조기' '위스키 업계 대부' '미다스의 손' 등 김 회장을 일컫는 다양한 수식어가 그의 발자취를 함축한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주류를 개발하고 그 제품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글로벌 종합주류회사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임페리얼' 독점 총판권을 페르노리카로부터 인수하면서 드링크인터내셔널을 설립해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해외 주류를 국내에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주류를 세계로 수출하는 일에 지금껏 쌓아 온 경험과 역량, 인적 네트워크 등을 총 동원해 세계 주류 시장에서 한국 술의 위상을 드높인다는 목표다.
대담=김승규 벤처유통부장
-드링크인터내셔널 회사 현황은 어떠한가.
▲드링크인터내셔널은 페르노리카로부터 임페리얼 독점 총판권을 인수하면서 2019년 3월 1일 설립됐다. 임페리얼은 과거 진로발렌타인과 페르노리카 재직 당시 판매한 제품으로 나와 큰 인연이 있는 제품이다. 2001년 국내 최초로 위조주 방지 장치 '키퍼캡'을 개발해 적용하면서 국내 판매 1위를 탈환했고 연간 100만상자(1상자 9L)를 판매한 입지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내 손을 떠난 사이 임페리얼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통 스카치 위스키 '임페리얼 클래식(12년, 17년, 19년, 21년)'부터 저도주 트렌드에 발맞춰 출시된 '35바이 임페리얼'과 국내 최초 몰트 저도주 '스무스'가 있다. 국내 유일 '임페리얼 퀀텀 19년' 숙성 스카치 위스키도 보유하고 있다. 발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와 시장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것이다. 인수 당시에는 조직 안정화에 주력했으나 현재는 외형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판매권 인수 결정 후 수 개월간 공백 기간 동안에 떨어진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 회복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각 지역 상황에 맞는 영업전략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동안 중단됐던 임페리얼의 해외 수출을 다시 추진해 여러 나라와 계약이 완료됐고 첫 수출도 이뤄졌다. 다만, 해외 시장이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식당이나 술집 등에 대한 규제가 심해 단기간 큰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 분석과 향후 전략은.
▲국내 위스키 시장은 15년 이상 줄어들고 있다. 접대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2차 술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 따라 2차주로 여겨지는 위스키의 시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양적 음주에서 질적 음주로 트렌드 변화로 인해 싱글 몰트 등 일부 위스키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이는 전체 위스키 시장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위스키 회사들이 위스키를 식사와 곁들일 수 있는 음주 문화를 만드는 등의 파격적인 변화 없이는 현재의 위스키 시장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위스키를 탄산수에 섞어 먹는 하이볼 트렌드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저도주 트렌드 확산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독주를 즐기거나 폭음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위스키 업체들이 하이볼 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임페리얼도 그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유흥주점 위주로 판매되던 과거 유통망에서 벗어나 일반 바(bar)나 카페 등으로 판로 확대도 시도하고 있다.
소주 이외 다른 선택지가 없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주종을 접할 수 있게 된 젊은 세대에게 위스키는 좋은 대안이 되리라 본다. 임페리얼은 과거와는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2차주라는 인식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글로벌 종합주류회사를 지향했는데.
▲다양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위스키 한 주종만으로는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 와인은 최근 성장하고 있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브랜드들로 인해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브랜드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간의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와인 시장에서 제대로 된 브랜드 빌딩 사례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40여년간 쌓아 온 해외 네트워크들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들을 시장에 소개하고 이로 인해 주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 단일 카테로리로는 소비자의 다양한 음주 패턴과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다양한 주종을 구비해 소비자 입맛을 쫒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준비했던 'K-소주' 제품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출시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민주인 만큼 국가 위상에 맞게 고급화·국제화돼야 된다 생각했다. 이와 함께 최근 주류업계에 '뉴트로' 열풍이 일고 있는 것에 착안해 위스키 업계 최초로 가성비를 극대화 한 '뉴트로 위스키' 출시도 준비 중이다.
-주류 고시개정, 주세법 변화 등 주류 시장에 대한 변화가 있었다. 규제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맥주와 막걸리의 종량세로 과세 체계 변경으로 인해 다양한 수제맥주들이 소개되는 효과가 있었다. 향후 위스키 등 다른 주종으로도 종량세가 확대된다면 소비자들이 높은 품질의 다양한 제품들을 좀 더 부담없는 가격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와 같이 e커머스가 대중화 된 나라에서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주류의 온라인 구매가 허용됐지만 반드시 대면 픽업을 해야하는 방식으로는 확산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온라인 주류판매가 허용되면 가격이 공개되고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판매 채널도 확대돼 다양한 주류가 소개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청소년 판매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를 걸러내는 방식은 어려가지가 있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전통주는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는가. 청소년 음주에 대한 폐혜를 100% 막을 수는 없겠지만 여러 기술들로 이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주류 산업 발전과 공정성을 위해서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
-최근 주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은 무엇인가.
▲브랜드 빌딩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과거처럼 여러 제품들을 전시해 놓고 판매하는 '문어발식 좌판'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브랜드 빌딩을 통해 제품 가치를 극대화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재구매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브랜드 로열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동안의 인맥으로 인해 여러 해외 주류 제조사로부터 제품 취급 제안을 받고 있다. 하지만 6대 대륙에서 1~2개 제품만 취급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인지 시켜주고 선호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다.
이와 함께 경직돼 있지 않고 유연한 사고로 빠른 결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40여년을 되돌아보니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이 성공을 통해 얻은 교훈보다 훨씬 큰 것을 알게 됐다. 직원들에게도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다. 나 자신 역시 유연한 사고로 속도감 있는 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나의 예로 하나의 단계에서 24시간 내 결정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지시한다. 우물쭈물하는 순간 타이밍을 놓치고 속도감 있는 결정을 할 경우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위스키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위스키는 전통과 정통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원으로 있는 '키퍼스 오브 더 퀘익(우정의 잔을 보유한 사람들, Keepers of the Quaich)'도 스카치 위스키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점을 인정해 나를 회원으로 임명해 줬다. 위스키와 관련된 스코틀랜드 속담 중에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위스키의 연산 표기와 관련해 수많은 논쟁이 있어 왔지만 이 속담이 그 논쟁을 정리해 줄 수 있다고 본다. 연산 표기가 있는 위스키가 더 좋고 더 믿을 수 있는 위스키다.
-향후 목표는.
▲드링크 인터내셔널을 글로벌 종합 주류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해외 주류를 국내에 수입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주류를 개발해 해외에 널리 알리고 싶다. △K-푸드 △K-팝 △K-방역 등 한국의 문화가 세계 문화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지만 세계 주류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그간 쌓아 온 경험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에 있는 수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주류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한다. 또 드링크인터내셔널도 최고의 직장으로 만들고 싶다. 최고의 회사는 최대 판매량, 매출이 아닌 직원들이 만족하고 다니고 우수한 제품을 많이 보유한 질적인 최고의 회사다.
◆김일주 드링크인터내셔널 회장은...
1960년 전라남도 무안 출신이다. 1983년 조선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해 백화양조베리나인 서울사무소에 영업직으로 입사하면서 주류업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위스키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은 백화양조 계열회사 베리나인에서 생산, 판매했던 위스키 원액에 주정을 섞어 만든 '베리나인골드'였다. 1984년 100% 위스키 원액 제품인 '패스포트'가 출시되면서 베리나인골드 판매가 급감했고 1985년도에 베리나인이 오비씨그램으로 합병돼 1987년부터 마케팅부서로 발령받았다.
당시 판매량 1위 제품인 패스포트 브랜드 매니저를 맡으면서 마케팅 업무와 첫 인연을 맺었다. 1989년 '발렌타인' 위스키를 국내 첫 출시하면서 발렌타인 브랜드 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1996년 두산씨그램에서 '윈저' 개발을 담당했고 이후 2000년 진로발렌타인이 출범하면서 마케팅담당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진로발렌타인의 주력 제품은 국내 최초의 로컬 위스키 '임페리얼'로 임페리얼을 다시 국내 1위 브랜드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했다. 2005년에 진로발렌타인이 페르노리카에 흡수되면서 2007년까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새도운 도전을 위해 2007년 외국계 회사를 떠나 수석무역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2년 뒤 2009년 국내 최초 저도 위스키 '골든블루'를 탄생시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고 2013년 다시 외국계 회사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해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을 국내 1위 브랜드로 탄탄히 성장시켰다.
2017년 4월에는 '키퍼스 오브 더 퀘익'의 신임 회원이 됐다. 키퍼스 오브 더 퀘익은 1988년 스카치 위스키의 위상과 명성을 높이기 위해 창설된 국제 비영리 단체다.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 2500여명 회원이 활동하며 스카치 위스키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발탁 조건이 까다로워 지금까지 선정된 한국인은 극소수다.
2019년 3월 '임페리얼' 독점 총판권을 페르노리카로부터 인수하면서 드링크인터내셔널을 설립해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정리=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