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탈리아 제노바 모란디 교량 붕괴 사고에 대해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붕괴의 핵심 원인은 유지보수 및 관리 부실'이라고 했다. 2019년 대만 난팡아오 대교 붕괴 사고 때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받았다. 이들 붕괴사고에서 동일하게 지적된 문제는 바로 노후교량 점검 부족과 총체적 부실 관리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국내 도로시설물 통계에 의하면 전국에 크고 작은 약 3만6000개 교량 중에 3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 17.6%를 차지하는데, 향후 10년이 지나면 40.6%로 두 배 이상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라는 아픈 사고를 경험한 바 있다. 도로시설물이 급격히 노후화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런 끔직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지구온난화와 급격한 기후변화로 폭염, 태풍, 산불, 도로살얼음, 강풍, 산사태와 같은 각종 재해재난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도로의 재해재난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최신기술의 도입을 시급히 서둘러야 할 때다.
정부는 올해 7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의 국토교통 분야 핵심이슈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 인프라시설(SOC) 디지털화다. 과거 인력위주의 육안 점검과 단순 장비에 의존한 기반시설물 관리정책을 최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화하고, 5G 인프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서 미래의 변화하는 도로환경에 대비하겠다는 것이 주요 목표일 것이다.
미래 도로환경 변화는 현재 활발히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의 안전 운행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자율주행차는 테슬라, 벤츠, 포드, BMW 등 세계 유수 자동차회사와 구글까지 뛰어든 잠재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시장으로 현재 레벨4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한 단계에 있다. 미국자동차공학회에 따르면 레벨1~2는 운전자 지원 기능, 레벨3은 부분 자율주행, 레벨4는 조건부 완전 자율주행, 레벨5는 완전 자율주행 등으로 구분한다. 관련 업계는 레벨5의 완벽한 자율주행차도 향후 10년 내 상용화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과연 교통사고와 교통체증의 불편함을 완벽하게 없앨 수 있을까?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급작스러운 차선변경, 기상악화나 산사태 또는 도로함몰 발생 시 인공지능(AI)의 부정확한 인지가 발생할 수 있다. 세그웨이와 같은 개인용 이동수단 이용자나 보행자의 예상치 못한 움직임과 같이 다양한 잠재적 사고 요인 또한 도처에 존재한다. 이로 인한 안전사고 역시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는 도로시설물의 안전한 관리와 변화하는 미래의 자율주행 도로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자동차 기술을 극대화하는 것과 병행해 도로 역시 최신 기술로 무장돼야만 안전한 도로를 완벽히 구현할 수 있다. 차선, 도로시설, 표지 등의 상세한 자료를 포함한 도로정밀지도 구축은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운행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첨단 센싱 기술과 5G 통신시스템이 결합된 디지털 도로유지관리시스템도 교통사고와 재해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구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지방을 아우르는 전국 단위의 스마트 디지털 도로관리시대가 열리면 쇠퇴하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을 재생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1온스의 실천이 1파운드의 관념적 생각보다 낫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책 수립과 더불어 차질없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판 종합 뉴딜정책의 추진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미래의 도로, 스마트 디지털 도로관리시대를 기대해 본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shh6018@kic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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