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용 감속기 제조업체 해성티피씨(대표 이건복)가 빠르면 연내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IPO를 바탕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2025년까지 감속기 10만대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일본이 장악한 세계 로봇용 감속기 시장에서 국산 기술력을 갖춘 양산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해성티피씨는 이르면 연내 IPO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고, 지난달 28일에는 '코스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해성티피씨는 소부장 특례상장으로 IPO를 준비하는데 코스닥 예비심사 청구서 승인까지 영업일 기준 30일이 걸린다.
이건복 해성티피씨 대표는 “코스닥 예비심사 청구서가 승인되면 이후 주식을 공모할 것”이라면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으로부터 기술성 평가 A등급을 부여받는 등 기술력은 이미 평가 받았다”고 밝혔다.
감속기는 기어를 활용해 속도를 떨어뜨리고 로봇·기계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쓰이는 핵심부품으로 산업용 로봇에 활용된다. 작고 가벼운 '하모닉 드라이브'와 크고 힘이 좋은 '사이클로이드 드라이브(RV) 감속기'로 나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스마트공장 확산으로 주목받는 부품이지만, 두 분야 부품 모두 일본 업체가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달성한 지난해부터 국산 기술력을 강화해야 할 부품으로 꼽혀왔다.
해성티피씨는 로봇용 RV 감속기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업력을 갖춘 기업이다. 1991년 설립했고, 2005년 국내 최초로 RV 감속기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RV 감속기 라인업 약 30종을 갖췄다. 국내 기업에도 RV 감속기를 공급하면서 양산 능력을 다져왔다.
RV 감속기 치형 설계를 독자 기술로 구현하는 등 오랜 업력으로 다져진 기술력도 해성티피씨의 강점이다. 치형은 감속기를 둘러싸는 톱니바퀴 같은 부분으로 감속기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성티피씨는 오토캐드와 솔리드웍스, 구조해석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독자로 치형을 설계한다.
해성티피씨는 2015년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등 부침을 겪으며 한때 국산 RV 감속기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2017년 12월 티피씨와 티에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경영이 안정화 됐다. 내년을 기점으로 2025년까지 감속기 10만대를 양산할 설비를 구축, 본격적으로 RV 감속기 사업을 확장한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로 로봇용 사이클로이드 치형 고정밀 감속기 제조 기술력을 이미 인정받은 바 있다”면서 “다양한 로봇용 감속기 기술 역량 확대에 중점을 두고 시장 생산과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