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가습기 항균필터, 제대로 알고 비판하자

이건모 아주대학교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이건모 아주대학교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유해성, 위해성 등 이러한 것들의 정의는 사실 학계나 관련 기관 등의 기준이 있다. 일정 검출 기준이 초과해야 유해성이 있다고 보거나 유해성 물질의 기준이 넘으면 위해성이 있다고 판정하는 것이다.

최근 가습기의 물때 방지 및 불순물을 걸러 주는 항균필터와 관련해 사실과는 거리가 너무 먼 내용이 보도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어 오랜 기간 환경공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표현에 관한 것이다. “사람 잡는 살균필터” “무해하다고 입증된 바 없다” 등과 같은 표현은 자칫 지나친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주변인 가운데에서도 항균필터에 독극물이 들어 있고 항균필터가 물에 타서 사용하던 살균제와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의 또다른 원인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도 있듯이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 소문을 통해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는 것을 보니 새삼 세상이 무서워지기도 한다.

실제 가습기 항균필터의 주성분은 우리 조상들도 예로부터 수저, 식기에 많이 써 온 은이다. 적어도 항균필터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4급 암모늄계 독성화합물(PHMG, PGH 등)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가습기 제품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흡입 독성' 실험에 지나치게 관심이 치우쳐 있다. 물에 항균필터 성분이 남지 않는데도 흡입독성 실험을 논하는 것은 난센스다.

흡입독성 실험을 논하기에 앞서 항균부품의 주성분인 은이 가습기 내의 물에 녹아서 존재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먼저다.

환경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위해성의 크기는 물질의 유해성과 노출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유해한 카드뮴이라는 중금속도 인체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면 위해하지 않다는 것이다. 산에서 마주치는 호랑이는 위험하다 해도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라거나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호랑이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셋째 이론상 은은 물에 녹지 않는다.

은은 불용성이다. 잘 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물에 녹지 않는다. 은 화합물이 반응해서 은 이온으로 존재하지는 않는지, 시간이 지나면 조금이라도 녹는 건 아닌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염화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은 화합물은 불용성이다. 과학 원리로 물에 녹아 나올 수 없다.

항균필터는 은 입자 상태로 부품에 코팅하거나 섞어서 만들었으며, 물과 접촉하더라도 녹지 않는다.

항균부품의 은은 용액이 아닌 은 입자 상태로 부품에 처리했기 때문에 항균부품의 표면에 근접한 세균에게만 영향을 미칠 뿐 광범위하게 살균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무분별한 정보화 홍수 속에서 사물에 대한 위해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과학 상식과 객관화한 사고를 갖춰 걸러 듣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이건모 아주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kunlee@aj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