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비롯한 연구기관의 행태를 비판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일부지만 출연연 통폐합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으로 추진된 출연연 내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도리어 연구 환경을 해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0일 대덕특구 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출연연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기관 국감에서는 출연연과 직할 연구기관이 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가 차원의 주요 사업에 비판이 많았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달 궤도선 발사가 당초 올해 말에서 2022년으로 연기된 것을 두고 “달 탐사 사업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판했다. “개발 일정이 지연되면서 예산도 350억원 이상 증액됐다”며 국민 혈세 낭비를 우려했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은 “단장 교체 후 2022년 8월 발사를 목표로 열심히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우연은 연구 사후 관리도 지적을 받았다. 양 의원은 “항우연이 지난 3월 나로호 핵심 연구개발품인 '킥모터'를 고물상에 판매했다가 회수한 일이 있었다”며 “국내 우주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었던 중대 사항으로, 상시감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임 원장에 대해서는 직원 폭행, 부인과 영부인의 친분 의혹도 언급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이온가속기 건설 지연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7000억원을 들여 13년간 건설하는 것을, 4600억원을 들여 6년만에 건설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모했던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분류돼, 당초 올바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1차관은 “(사업 수행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검토 중”이라며 “예산이 필요하면 기획재정부와도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성과 저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다수였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기술보증기금 시스템으로 2만 건이 넘는 출연연 특허를 분석한 결과, 예전보다 'C등급'이 크게 늘어났다”며 “C등급은 기술보증기금에서도 보증하기 어렵다고 보는데, 특허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홍 의원이 제시한 2014~2020년 19개 출연연 연도별 국내 특허 등급에 따르면 2014년 16.9%였던 C등급 특허 비중은 올해 53.9%까지 올랐다.
'출연연 통폐합' 언급도 있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출연연 내 많은 구조적인 문제가 나오고 있고, 향후 인구가 줄면 인력 유치도 어려울 것”이라며 “출연연 통폐합을 논의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모든 연구기관이 만성적인 연구비와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과학기술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통폐합은 소프트웨어(SW)적인 통합, 가상연구소 개념을 도입해 접근을 하려 한다”며 “관련 인력 부족은 여성 과기인을 양성해 영입하는 안을 노력하고, 해외 영입도 동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이뤄진 출연연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블라인드 채용 제도도 비판 대상이 됐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규직 전환 후 연구비는 4000억원이 줄고, 인건비는 3000억원이 늘었다”며 “신규 일자리도 줄고 있는데, 일자리 정책을 밀어붙이느라 과기 발전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해서는 “채용하고 보니 중국인이었다는 일도 있었다”며 “현재 지원서에 논문만 적는데, 내부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정 차관은 “정책이 완화될 수 있도록 현장애로사항을 전달하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2020 국정감사...상시 감사 시스템 구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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