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에서 연이어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공급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코나 일렉트릭에서 14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동일 차량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향후 사고 수습 및 안전성 향상을 포함해 파우치(Pouch)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 양사 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현대차가 판매한 코나 일렉트릭 7만7000여대 가운데 국내 및 미국 판매 물량 약 6만5000대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됐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유럽 물량은 약 1만2000대, 국내서 판매된 물량은 1600여대 수준이다. LG화학 배터리 탑재 비중이 84%에 달한다.
코나 일렉트릭은 2018년 출시 이후 3년째 글로벌 판매 중이다. 이 가운데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에서 화재 14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배터리 업계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동시에 공급받는 상황에서 양 사의 배터리셀 품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코나 일렉트릭 물량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보다 5만여대나 많은 6만여대다. 그렇다고 코나 일렉트릭 화재 원인을 특정 배터리 회사만의 문제로 한정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 셀 설계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 전기차에 NCM622(니켈 60%·코발트 20%·망간 20%)에 이어 NCM811(니켈 80%·코발트 10%·망간 10%) 배터리를 적용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기아차에 공급한 배터리의 경우, 'NCM811'과 'NCM523'을 혼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또 국과수가 코나 일렉트릭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분리막의 경우, 전 세계 배터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내재화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양 사의 전극 기술 차이가 화재 원인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접착 공정 없이 전극을 먼저 낱장으로 재단 후 분리막과 번갈아가면서 쌓는 '지그재그 스택킹'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LG화학은 '스택 앤 폴딩' 또는 '라미네이션 앤 스택킹'으로 불리는 전극을 쌓아 붙여 접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전극 기술 차이는 배터리 충·방전에 따라 부피 팽창이 반복되는 파우치셀 양극재 구조가 일부 틀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다. 업계는 두 회사의 배터리 코어셀 등 설계 기술 차이가 배터리 안전성 차이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두 회사의 단전지 기술 자체가 많이 다르고, 설계상 셀의 안전 마진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파우치 타입의 배터리지만 안전성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면서 “코나 화재에서 보듯 배터리의 진행성 불량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배터리 제조사는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