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 대응을 위한 생산 체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자동차 부품산업 미래차 전환 실태 조사결과 및 정책건의'를 주제로 제10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부품업체의 체계적 미래차 전환 전략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부품업계가 미래차 관련 투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투자금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부품 기업들이 글로벌 전기차 부품 공급망을 전부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CATL은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 부품업체 저장싼화는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등에 전기차용 열 제어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은 “중소 부품업체들은 미래차로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지만 원가 구조 취약성 등 부품 산업 구조적 문제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용원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부품 중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구동모터는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이지만, 배터리팩과 인버터·컨버터의 기술 경쟁력은 열위”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는 센서 기술이 미국과 독일의 30∼80% 수준에 불과하며 카메라 인식 기술도 상용화 단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 부품업계는 미래차 전환기에 거의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국내 186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에서 미래차용 부품 생산과 개발 체계로 전환한 업체는 39.6%였지만 연 매출 500억원 이하 중소 부품업체 중에서는 16.1%만 전환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차의 동력계 부품업체 중 68.2%는 미래차 전환으로 인한 매출 축소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차 부품 양산 기업 중 수익을 내는 업체도 17.8%에 불과했다. 미래차 R&D 투자를 저해하는 애로 사항으로는 자금 부족 문제를 꼽은 부품 업체가 35.6%로 가장 많았다. 부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32.8개월, 최장 84개월이었다.
정 회장은 “업체 대부분이 자체 자금으로 부품 개발과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투자금 회수에 6년 이상이 소요되고 있어 최소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는 특별 대출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