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대기업 물류 자회사 등을 대상으로 해운산업발전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재입법 예고하면서 해운물류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부담금이 해운산업 발전 밑거름으로 사용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여당은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7일 입법예고 했다. 향후 상임위원회 및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이 개정안은 사실상 재탕이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김영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을 같은 당 어기구 의원이 재발의 했다. 골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국제물류주선업자 등에 연 매출 10% 이내에서 해운산업발전 부담금을 부과, 징수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대기업 물류 자회사를 겨냥하고 있다. 대상을 특수관계인 지분 30% 이상, 내부거래 비율 30% 이상 기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삼성, 롯데, LG 계열인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롯데로지스틱스, 판토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개정안은 이들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중소 협력업체나 중소 해운사들의 소규모 물량을 흡수하는 등 물류 시장 질서를 훼손한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그 과정에서 모회사로부터 받은 화물을 이른바 '통행세'를 받아 넘겨 건전한 산업발전을 저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과 건전한 거래 질서 조성, 해운 물류시장의 공정화와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돈을 걷어 해운업 발전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표적 입법인 데다, 일부 기업을 한정해 부과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비례 및 평등 원칙에 위배 된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 물류 자회사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국내 해운선사들이 경영에 실패한 책임을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덤핑행위로 돌리고 부담금을 부과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물류비용 절감을 지속 요구하고 있고, 물류산업계도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부담금 부과 규모 대상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물류자회사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르면 2자 물류기업 총 부담금은 2018년 연 매출액 기준 약 4조5000억원 이상에 달한다”면서 “부담금 납부 대상 기업이 적자를 보는 경우에도 납부 의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벌적 방안이 아닌 국내 해운선사 이용 제고 유인책만으로도 해운업 경쟁력을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업계는 적극 대응을 예고했다. 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에 업계 의견서를 전달할 것”이라면서 “국회에 충분히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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