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 확대가 예상되면서 일선 병원들과 성형·미용 정보 플랫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형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병원 정보가 매체 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배달의민족'에 등록되는 음식점 정보를 건건이 사전심의 받으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네이버, 카카오 등 10만 DAU(일간 활성이용자수) 이상 플랫폼에 적용하던 의료광고 사전 심의를 5만 DAU 이상 플랫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사안이 시행령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강남언니, 바비톡 등 모바일 기반 미용정보 플랫폼 상당수는 네이버 등 대형 포털과 동일한 사전심의를 거쳐 광고 상품을 등록해야 한다.
문제는 의료광고심의 기준이 모호하고 부정확해 의료업계가 성형 플랫폼 업계를 압박하는 용도로 사전 심의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광고 심의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처리하고 있는데, 정부 가이드라인과 상반되는 심의를 내놓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반려 사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고 '의료법 위반' 이라고만 답변하고 있어 일선 병원들의 수정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심의 통과가 반려된 한 광고는 '모델의 팔뚝 노출이 선정적'이라는 것이 사유가 됐다. 그러나 실제 광고에서 노출 정도는 의류광고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수준이라 선정성 판단 근거가 희박하고 과도하게 주관적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용어 및 표현에 대한 심의 역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항노화', '수분이 부족한 피부', '바늘 없이'와 같은 표현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지만 '안티에이징', '건성피부', '피침습', '비수술'은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법이 허용하는 광고의 경우도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대한의사협회 등과 공동 배포한 가이드라인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치료전후사진을 의료광고에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안내하고 있으나, 의협과 한의협은 치료전후 사진을 모두 의료광고에 사용할 수 없다고 심의기준을 두고 있다.
앞서 의료기기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규정한 의료기기법 조항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검열에 해당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8월 헌재는 이같은 판결을 내리면서 “의료기기 광고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됨과 동시에 사전검열 금지 원칙의 적용대상”이라고 판시했다. 의료광고에 대해서만 사전 검열을 강화하는 것은 이 같은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광고 심의기구 구성원 절반이상이 의협 의사들로 구성돼 있어 의협의 이해관계가 과도하게 반영될 우려가 있고, 광고 심의기준도 의료법을 초과하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라며 “광고 사전심의 대상 매체만 확대될 경우, 심의 질은 떨어지면서 비용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정부, 심의대상 5만 DAU로 확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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