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하면서 향후 삼성 지배 구조 개편에 이목이 쏠린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시대'를 본격 개막하기에 앞서 삼성 지배 구조 개편과 시점이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당장 재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분간은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삼성을 이끌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 총수 자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으로 본인의 색을 드러내며 변화를 추구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삼성 관련 수사·재판 리스크로 '이재용 체제'가 완전히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당장 경영권 승계와 국정농단 관련 재판, 지배 구조 재편 등이 이 부회장에게 놓인 과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원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733주(2.86%),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을 통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다른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삼성 총수 일가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지분은 삼성물산 17.33%, 삼성SDS 9.20%, 삼성전자 0.70%이다.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는다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사의 대주주로 자격이 있는지 심사 받아야 한다.
상속세도 관건이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 주식을 이 부회장 등 일가가 상속 받으면 세금 부담이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하려면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야한다.
이 때문에 삼성 총수 일가가 이건희 회장 지분 중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문제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세금을 분할 납부하는 방식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총수 일가가 분할납부 방식을 택하더라도 연간 내야 할 상속세가 1조원 이상이다. 배당, 대출, 지분 매각 등으로 빨리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은 법에 따라 성실하게 증여·상속세를 납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주주회사 체제 등 지배구조 개편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경영권을 어떻게 나눌지도 주목된다.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자녀들 지분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재계에선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작은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갖는 등 계열 분리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2018년 연말 인사에서 이서현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직에서 물러났고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힘을 잃었다. 현재로선 이들이 당장 분리 독립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당분간은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3남매를 주축으로 계열사 사장단이 이끄는 자율 경영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법' 개정안도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현재 여당은 삼성 지배구조와 맞물린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 외에는 모두 매각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삼성 지배 구조 개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일정기간 큰 틀에서는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한 만큼 이건희 회장 별세가 지배 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불법·편법적 방식으로 합병해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정농단 뇌물혐의 파기 환송심도 26일부터 시작해 단기간 내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