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사상 최대 규모 엔진 관련 품질 비용을 3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기아차 영업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었다. 당장의 수익보다 고객 신뢰 확보가 먼저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결단에 따른 선제적 조치다.
26일 현대차는 3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을 열고 매출액 27조5758억원, 영업손실 31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분기 기준 영업적자 기록은 지난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기아차 영업이익도 33.0% 감소한 1952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품질 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현대·기아차 모두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19일 세타2 엔진 추가 충당금을 위해 현대차 2조1000억원, 기아차 1조2600억원의 품질 비용을 각각 3분기 실적에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년간 세타2 등 일부 엔진 결함에 대한 충당금을 매년 수천억원씩 설정해 왔으나, 품질 이슈가 계속됐다.
정의선 회장은 14일 취임 직후 이와 관련한 대규모 품질 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톱5 업체로 키워낸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경영 기조를 계승함과 동시에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 확보 일환이다. 정의선 시대 출범에 맞춰 잠재 비용을 모두 털어내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3분기 실적과 관련 “세타2 엔진 관련 충당금은 선제적 고객 보호와 함께 미래에 발생 가능한 품질 비용 상승분을 고려, 최대한 보수적 기준을 적용해 반영했다”면서 “해당 품질 비용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기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3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99만7842대를 판매했다. 국내에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에 따른 수요 회복과 신차 판매 호조로 작년 동기 대비 21.9% 증가한 19만9051대를 기록했다. 해외는 코로나19 영향 지속에 따른 수요 감소세로 15.0% 줄어든 79만8791대에 머물렀다.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27조5758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도매 판매 감소와 원화 강세 등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에 따른 제품 믹스 개선 효과, 수익성 중심 판매 확대 전략에 따른 인센티브 하락 등으로 늘었다.
매출 원가율은 제품 믹스 개선 효과로 작년 동기 대비 2.2%포인트(P) 낮아진 81.4%를 나타냈다. 영업 부문 비용은 마케팅 비용 등이 줄었지만, 세타2 엔진 관련 대규모 충당금 설정으로 작년 동기 대비 34.3% 증가한 5조439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6923억원이 감소하면서 313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623억원, 1888억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정의선 회장은 향후 반복적 품질 이슈를 단절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 시장에서의 품질 문제를 조기에 감지해 개선 방안을 개발 단계에서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업무 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시장품질개선혁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품질 이슈의 근본적 개선은 물론 자동차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출범하고, 전기차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차 경쟁력을 활용해 미래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는 브랜드로서 입지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