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너무나 갖고 싶은 운동화가 있었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 회자되던 유명 메이커 운동화다. 고가였기 때문에 누구나 가질 수 없었다. 전교에서 2~3명 정도만 그 운동화를 신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한테도 기회가 찾아왔다. 지하상가에 가면 똑같은 운동화를 무려 반의반 값으로 살 수 있다는 친구의 기가 막힌 정보였다. 엄마를 조르고 졸라 그와 비슷한 아니 외관상 누가 봐도 똑같은 운동화를 구매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만족감이 대단했다. 어차피 같은 제품을 왜 비싸게 주고 사는 사람이 있는지 바보 같다는 생각까지 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됐지만 부끄럽게도 이런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단지 옛날처럼 부모님께 기대지 않고도 내가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생각하기 때문에 구차하게 '짝퉁'을 찾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취재차 한 기업 대표를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대표는 자신들이 만든 제품과 비슷한 위조 상품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며 걱정을 늘어놨다. “아이디어가 좋고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이니 '짝퉁'이 나온 거겠죠”라고 대수롭지 않게 위로의 말을 던졌다가 혼이 났다. 이 회사 대표 걱정은 자신이 아니라 직원들 때문이었다. 전국에 영업 직원들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판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로 급여를 받는다고 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조 상품이 시장에 퍼지면서 직원들이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회사 차원에서 임시방편으로 직원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실 우리 사회가 유난히 '짝퉁'에 너그럽다. 얼마 전 공영홈쇼핑에서 고가 명품 신발과 똑같은 모조상품을 판매해 지적을 받은 사례만 봐도 그렇다. 현재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일상화 되면서 자연스럽게 '짝퉁'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도 쉽게 인터넷 검색창에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명을 적으면 유난히 가격이 낮은 '짝퉁' 의심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들 피해를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물론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정책과 단속도 중요하겠지만 '짝퉁'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짝퉁'은 누군가의 소중한 지식재산을 침해하고 생계까지 위협한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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