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부터 고조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수요에 힘입어 급속히 확대됐다.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에선 AI 콜센터 시장 선점을 위해 수요기업 확보에 본격 나선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챗봇 시장은 2019년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서 2024년 94억달러(약 10조6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로는 29.7%에 달한다. 리서치앤마켓은 챗봇 시장이 AI 기술 진보와 24시간 고객 지원 등에 대한 수요에 따라 지속 커진다고 분석했다.
AI 콜센터는 신규 고객 유인과 기존 고객 유지, 고객 경험 향상, 신규 데이터 수집, 영업주기 단축, 비용 절감 등 강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마인즈랩, 솔트룩스, 포티투마루, 한컴 등이 AI 콜센터 사업을 추진하며 IBM 등 글로벌 기업에서도 AI 콜센터 분야 고객 확보를 위해 뛰어들었다.
◇마인즈랩 등 국내 기업 'AI 콜센터' 공급 ↑
마인즈랩은 현대해상과 협업해 지난 7월 'AI 음성봇'을 출시했다. AI 음성인식과 지능형 대화기술을 접목, 보험계약대출을 콜센터 상담원이 아닌 AI 음성봇이 수행하도록 한 서비스다. 이로써 현대해상 보험 가입 고객은 원하는 시간에 AI와 통화하고 대출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마인즈랩과 현대해상은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 '지정대리인' 과제를 통해 이 서비스를 개발했다. 현대해상은 월 1만7000건에 달하는 완전판매 모니터링을 위해 AI 음성봇을 추가 도입했다. 모바일 거래가 어려운 디지털 소외계층과 직장인 등 시간 제약이 있는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편의를 높였다.
솔트룩스는 심층 질의응답과 대화형 AI 기술을 바탕으로 AI 콜센터 구축을 돕는다. NH농협은행은 솔트룩스가 개발한 'AI 실시간 상담도우미 시스템'과 '고객상담 챗봇'을 도입했다. 우리은행 역시 고객상담 챗봇 '위비봇'에 솔트룩스 AI 콜센터 솔루션을 활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콜센터 상담 효율과 품질 제고를 위해 솔트룩스 AI 챗봇과 콜봇을 구축했다.
솔트룩스는 자사 주력 사업인 '디지털 휴먼'을 AI 콜센터에 결합해 향후 고객응대뿐만 아니라 각종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AI 콜센터를 진화시킬 계획이다.
포티투마루는 지난해 AI 콜센터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올해 사업화에 본격 착수했다. 현재 대형 커머스 업체에 AI 콜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실제 서비스는 오는 12월 또는 내년 초에 오픈된다.
포티투마루 관계자는 “현재 대형 커머스 업체에 AI 콜센터 레퍼런스를 만들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추가 레퍼런스 확보와 기능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I 콜센터에 대한 시장 수요가 크다는 사실을 올해 확실하게 느낀다”면서 “현재 논의 중인 사업과 함께 내년에 보다 구체적인 아이템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방역 빛낸 'AI 콜센터'
AI 콜센터는 코로나19 사태 속 가치를 발했다. 콜센터 집단 감염 사태를 막고 K-방역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글과컴퓨터는 코로나19 모니터링과 건강정보 전달을 위해 발신 전용 AI 무인콜센터를 만들었다. 대규모 건강 상태를 매일 비대면으로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 전화 통화라는 데 착안했다. 모일 필요 없는 비대면 업무 환경, 긴급 대응이 가능한 대량 콜 발신 기능, 물리 기반 없는 디지털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AI 콜센터 '한컴AI 체크 25'를 설계했다.
'한컴AI 체크 25'는 1회 1만콜 이상 대량 콜 발신이 가능하다. 데이터 분석과 통계 산출도 자동화했다. 관리자가 콜 명단을 시스템에 등록하면 AI가 대량 콜을 발신한다. 관리자는 콜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AI는 건강체크를 진행한다. 결과는 통계로 자동 산출된다. 구축형과 클라우드형 가운데 선택할 수 있으며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까지 지원한다. 도입처별로 맞춤화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한컴AI 체크 25'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지난 3월 18일부터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4곳에 도입됐다. 해외 입국자 대상 건강체크 콜,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 방문자 대상 코로나19 검사 안내 콜 등이 '한컴AI 체크 25'를 통해 이뤄졌다. 7개월간 누적 콜 발신 건수는 38만3886건을 기록했으며 인간 상담원이 84시간에 걸쳐 걸 수 있는 콜을 2시간 만에 완료, 효율성을 입증했다. 한컴은 AI 콜센터를 개발해 코로나19 대응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9월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년에 '하이브리드형 AI 콜센터' 뜰 것
AI 콜센터 확산세는 내년에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AI 콜센터가 고객 목소리 분석(VOC)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음성봇이 크게 확대됐다. 내년에는 인간 상담원과 AI 음성봇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프로세스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홍섭 마인즈랩 대표는 “이번 분기 들어 'AI 콜봇' 사업이 많이 주목 받는다”면서 “이는 내년에 메인 시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내년에 'AI 콜봇'이 구축되고 나면 사람이 하는 업무와 AI가 하는 업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하이브리드형 AI 콜센터' 사업이 본격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콜센터 내 사람 업무와 AI 업무가 구분돼 있지만 AI가 우선 대응하다가 사람 개입이 필요한 부분에 한해 사람이 개입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프로세스가 마련되면 상담원 1명이 AI와 협업해 보다 많은 고객을 더 높은 품질로 응대할 수 있게 된다.
최 대표는 “민감도 등에 따라 더 어렵고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상담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사 전문성 제고와 처우 개선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