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생태를 이해하기엔 너무 오프라인 방식이다. 온라인몰을 오프라인 사업의 온라인 지점으로 생각하며 오프라인을 운영하는 듯하다.” 기업평가 사이트에 올라온 롯데쇼핑 직원의 냉정한 평가다. 내부에서 바라본 롯데는 여전히 예전 방식을 벗지 못한 오프라인 기업이다. 국내 독보적 입지의 백화점과 면세점, 양판점 사업과 달리 온라인 사업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서툴다. 제대로 판을 흔들어 보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도 반년이 지났지만 '찻잔 속 미풍'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던 롯데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순혈주의' 타파다. 롯데쇼핑은 최근 헤드쿼터(HQ)기획전략본부장 자리에 유통업 경험이 전무한 컨설턴트 출신 외부인사를 선임했다. 임원급 실무진에 오픈마켓 출신 인사도 여럿 영입했다.
인사는 오프라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롯데에 부는 변화 신호탄이다. 신동빈 회장까지 직접 나서 생존을 위한 혁신을 외치지만 기존 오프라인 출신의 '롯데적 사고'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필요한 것은 순혈주의를 깨는 고강도 인적 쇄신만이 쿠팡·네이버와 격차를 좁힐 유일한 길이라는 뼈아픈 현실 직시다.
새로운 인력 엔진과 함께 롯데온은 달라져야 한다. 오프라인 계열사 눈치를 보지 않고 온라인 전용상품을 개발하고 로켓배송 같은 킬러 콘텐츠를 내놔야 한다.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도 e커머스 서비스에 맞게 직관성을 높여야 한다. 롯데 유통수장인 강희태 부회장 말처럼 좀 더 전문적이고 새로운 발상이 요구된다.
최근 만난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롯데온 첫 화면만 봐도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의 사고가 묻어난다고 했다. 롯데백화점몰, 롯데마트몰 등으로 나뉜 카테고리 구분조차 e커머스 사업 본질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똑같은 물건이라면 백화점에서 왔는지, 홈쇼핑에서 왔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의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롯데가 온라인쇼핑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순 통합보다는 융합을, 형식보다는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혁신은 시스템 변화에 앞서 경영진의 디지털 사고 전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
박준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