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언택트 회계감사' 필요성이 커졌지만 전통적인 회계감사를 디지털화해 비대면과 분석 기능을 강화한 디지털 감사(Digital Audit)는 아직 국내에서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Y한영은 지난달 국내 기업 회계, 재무, 감사 관련 업무 담당 실무자, 부서장, 임원 총 5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코로나19가 회계감사에 미치는 영향과 디지털 감사 인식 조사' 결과 디지털 감사 경험 비율이 13.8%에 불과했다고 29일 밝혔다.
응답자 중 79.9%는 디지털 감사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인원은 13.8%에 그쳤다. 응답자의 66.1%가 언택트 감사 기법이 확산돼야 한다고 응답한 것과 대조된다.
디지털 감사를 경험했다고 밝힌 기업 회계·재무·감사 담당 임직원은 디지털 감사의 장점을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 ▲대면 접촉 최소화(73%) ▲시스템화된 감사(63%) ▲불필요한 감사 대응 업무 최소화(50%) ▲대용량 자료 분석을 통한 오류·부정 식별 가능(39%)을 가장 많이 꼽았다.
디지털 감사 유경험자는 시스템화된 감사와 대량 자료 분석 기능을 높게 평가했다. 디지털 감사 경험이 없는 응답자의 경우 시스템화된 감사(44%)와 대용량 자료 분석을 이용한 오류·부정 식별 가능(16%)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시스템화된 감사와 자료 분석 기능은 디지털 감사의 핵심 장점이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 툴 등 각종 신기술을 탑재해 감사 과정에서 잘못된 내용을 정밀하게 잡아내면서 효율성은 끌어올리는 첨단 회계감사 기법이다. 회계법인의 감사 인력은 물론 피감 기업 담당자도 같은 플랫폼에서 업무를 처리하므로 어떤 자료를 주고받았는지 등 감사 진행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감사 활성화 걸림돌을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는 전체 응답자 581명이 △데이터 보안(62%) △변화에 대한 구성원의 거부감(45%) △기업 인식(41%)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광열 EY한영 감사본부장은 “디지털 감사라는 새로운 회계감사 트렌드가 국내에서는 초기단계인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회계감사 패러다임 전환이 빨라지면서 디지털 감사 기법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데이터 보안은 디지털 감사 기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라며 “데이터 보안에 대한 기업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다면 디지털 감사에 대한 인식 변화와 확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