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요즘 애들'에 대해 여러 회사의 '요즘 어른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다들 첫 마디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도무지 속마음을 말하지 않아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성장에 도움도 주고 싶은데 사무적으로만 대해 섭섭하다”란 토로도 나왔다.
기성세대와 달라진 2030세대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당혹스러워했다.
한 참석자는 내심 유능하다고 평가했던 직원이 자기만 일이 많다며 업무를 조정해 달라고 요구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고생한 만큼 승진에 반영될 것이라고 달래 봐도 당돌하게 “그럴 생각 없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 밀레니얼 세대와 일하기 힘들다고 느꼈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초 '한국기업의 세대 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2030세대와 4050세대는 다양한 면에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예를 들어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4050세대는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그러나 2030세대는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결핍에서 출발해 성장을 이룬 4050세대에게 2030세대는 조직에 대한 헌신이 부족한 것으로 비치지만, 출발부터 풍요롭고 개인주의 성향인 2030세대는 헌신하다 '헌신짝'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사고방식이 이렇게 다르다 보니 2030세대에는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답답한 '세대 갈등'이 되고 있다.
세대 간 인식차는 업무 과정에서 여러 갈등을 낳는다. '성과를 위한 야근'은 흔히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납득하지 못한다.
윗세대는 '복장이 헐렁'하면 '일도 헐렁'할 거라 본다. 그러나 아랫세대는 '스티브 잡스도 청바지 입었다'며 반발한다.
'소통에는 역시 회식'은 과거의 상식이지, 요즘 세대에게는 '의전(儀典)의 연속'일 뿐이다.
4050세대는 '일을 알아서 하지 못한다'고 불만스러워 하지만 2030세대는 '명확한 업무지시'를 요구한다.
세대 간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개인주의 성향의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진출해 2030세대를 형성했기 때문이지만, 근본 원인은 '바뀐 세대'를 담아내지 못하는 '바뀌지 않는 조직'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경쟁력 있는 조직이라면 합리성과 역동성, 공정성과 자율성, 개방성을 두루 갖춰야 하는데 우리 기업문화는 내부 직원마저 여기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모호한 업무 역할과 프로세스가 합리성을 저해하고, 리더가 환경 변화에 뒤처지면서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비합리적 평가나 보상은 공정성을 해치고, 부족한 권한 위임은 자율성을 낮게 한다.
또 구성원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기업문화는 불통의 벽을 높이면서 개방성을 가로막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위 보고서에서 세대 갈등을 넘어서기 위한 기업문화 재정립 방안으로 다섯 가지 키워드(5R)를 제시했다.
조직에 대한 무조건적 헌신은 가치 있는 헌신으로 전환하고(Re-establish), 수평적 상호존중 문화를 정립하며(Respect), 관계나 서열이 아닌 성과와 결과를 중시하자(Result)는 것이다. 또 보상과 인정 기준을 명확히 하며(Reward), 훈련과 성장을 위한 학습을 일상화하자(Reboot)는 제안이다.
한국 정서가 반영된 과거 '가족 같은 기업문화'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일에서 보람과 의미를 느끼면서 개인 성장도 이룰 수 있는 '프로팀 같은 기업문화'를 원한다. 조직의 지향점이 '프로팀'이 되면 구성원 의식도 변하게 된다. 리더는 '프로팀 코치' 같은 역량을 갖추려 할 것이다. 더욱이 팔로워인 밀레니얼 세대는 '프로선수'처럼 팀에 공헌해 인정받으려 할 것이다. 이는 결국 일하기 좋으면서 경쟁력 있는 조직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 keun@korch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