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국가 충전사업자 자격으로 전국에 운영 중인 전기차용 공용충전기 5800개를 차지비에 매각한다. 사업 운영권을 가진 사업자가 충전사업을 중단하면서 다른 민간 사업자에게 권한을 양도하는 국내 첫 사례다.
일각에서는 KT가 정부보조금을 받아 수익을 내고,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민간 투자가 필요할 시점에서 운영권을 넘기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2017년부터 국가 충전사업자 자격으로 전국에 구축한 6600개의 공용충전기(7㎾급) 중 전국 자사 건물에 설치한 800개를 제외한 나머지 5800개를 차지비에 매각한다. 양측은 최근 운영권 양도 계약 막바지 단계로, 거래금은 10억~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차지비는 지난해 포스코ICT의 전기차 충전사업부가 분사한 회사다. 인천지역 기업인 선광이 대주주로 있는 화인파트너스의 자회사인 차지에이가 지분 84%를 보유하고 있다.
충전업계는 KT가 나랏돈으로 충전기를 구축해 수백억원 매출을 올린 후 8월부터 한국전력의 충전용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제 3자에게 이를 매각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반응이다.
또 정부 지원으로 실치한 충전기는 2년간 의무 운영 기간을 거친 이후 시설에 대한 소유권은 해당 아파트 등 충전부지 제공자가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충전 업체 자산으로 등록이 안 되는데다 충전부지제공자가 소유권자인 만큼 별도의 동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조금을 지급한 충전기를 설치·운영한 지 2년이 넘으면 시설물 소유권이 아파트 등 민간에 있지만 환경부와도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2017년부터 국가 예산으로 전국에 6600개의 충전기를 구축해 대략 170억원의 매출과 20억~30억원의 이익을 냈을 것”이라면서 “이 중에서 800개만 남기고, 이를 다른 사업자에게 양도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KT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KT는 EV 충전 사업을 지속 사업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KT는 2017년 사업 초기부터 정부가 지정한 국가 사업자로 참여했다. 전국에 구축·운영 중인 공용 완속충전기(7㎾급) 수는 6600기다. 약 23개 국내 충전사업자 가운데 파워큐브(약 1만기), 지엔텔(약 8000기)에 이어 3위 규모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