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운동을 하면 근육과 함께 체력이나 건강도 신장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근육량과 건강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울퉁불퉁 근육질 몸매, 신장과 심혈관질환 발병률 높일 수 있다.
보디빌더는 근육 가장 안쪽에 있는 근원섬유 다발을 감싸고 있는 근형질을 발달시킨다. 근형질은 가는 근원섬유에 비해 크고 굵기 때문에 근육량의 증가에 따라 부피 변화도 크다. 근육량을 늘리는 방법도 일반인과는 다르다. 근육은 버틸 수 있는 중량이나 힘의 한계에 부딪히면 근섬유가 버티지 못하고 표면이 찢어진다. 이때 쉬면 상처는 회복되는데 보디빌더는 오히려 상처가 났을 때 쉬지 않고 운동한다. 찢어진 근섬유는 아무는 과정에서 좀 더 굵어지면서 부피를 키우기 때문이다. 흔한 예가 뽀빠이 알통이다.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뽀빠이의 심볼은 볼록 솟은 알통이다. 만화에서는 힘의 상징으로 쓰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상완이두근 윗부분이 찢어져 말려 내려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근육 파열인 셈이다. 실제로 무리하게 근육을 키우다가 근육이 버티지 못하고 파열되거나 늘어지는 부작용을 겪는 사람도 많다.
다른 문제도 있다. 미국 보스턴의 데코니스 메디컬센터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젊은 여성의 경우 근육 부피를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체지방을 빼면 무월경과 불임을 유발할 수 있고 골다공증의 발병률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닭가슴살 같은 고단백 식단을 고집하거나 단백질 보충제를 과하게 먹는 등 단백질의 과잉섭취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을 증가시켜 고지혈증과 혈액순환 장애, 심장질환, 동맥경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또 혈관을 싸고 있는 근육이 지나치게 발달하면서 혈관을 압박해 혈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간과 신장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서울대병원이 건강검진을 받은 4만 3503명을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근육량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은 요산과 간 기능에서 이상 소견을 보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망 위험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력운동, 노년층에게는 필수
근력은 체력의 기초로 연령대를 불문하고 필요하지만 특히 노년층에게 중요하다. 근력은 30세까지 증가하다가 점차 떨어져 50세 때까지 약 10%정도 감소했다가 80세가 되면 50%까지 줄어든다. 근력이 감소하면서 기초대사량이 줄면서 비만을 유발하기도 하고, 혈액은 몸 곳곳에 보내는 근육의 펌프작용이 약해지면서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거나 심장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근력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근육량을 약 30%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신경계의 능력도 개선되면서 관절의 유연성도 증가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지면서 혈관 건강도 좋아진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 검사한 연구에서도 근력 운동량이 많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사망률이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질환에 따른 사망률도 3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력운동은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령을 들고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내렸다하는 것부터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무릎높이까지 앉아 있다가 서기, 누워서 윗몸 일으키기, 엎드려 누워서 팔을 목 뒤로 깍지 끼고 몸통 들어올리기, 무릎과 팔을 이용해 팔굽혀 펴기 등 다양하다. 시간은 30분 정도로 한 동작 당 최소 10~15회 정도 반복하면 된다. 다만 운동 전 5분 정도 가볍게 조깅을 하거나 스트레칭 등을 통해 체온을 올리고 근육을 풀어준 뒤 근력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식사 직전에 해서 운동을 마치고 30분 이내 기름기 적은 고기가 생선 등 고단백음식을 밥과 함께 먹으면 근육 합성이 도움이 된다.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는 사실 체력이나 근력을 키우는 목적보다 외모를 꾸미는 개념에 더 가깝다. 사실 일부러 근육에 손상을 가해 부피를 키운다는 점에서 방법도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근력은 필요하다. 내 힘으로 걷고 앉고 뛰는 등의 일상생활부터 집중력을 갖고 일을 할 때도 중요하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