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30년 거래 '업체 도면' 빼돌렸다"...공정위, 국정과제 '기술유용 처리' 전력

문종숙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피스톤 국산화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주)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종숙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피스톤 국산화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주)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30년간 거래한 협력업체의 선박용 조명 등 기술자료를 다른 협력업체에 제공한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올해 공정위가 처리한 기술유용 사건은 20여건에 달한다. 기업거래정책국 내 기술유용감시팀이 얻은 성과다. 해당 팀은 유효기간 1년 남은 상황에서도 '기술탈취 엄단'이라는 국정과제에 전력하고 있다.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600만원을 부과했다고 1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변경했다. 이어 조선 관련 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새롭게 현대중공업을 신설했다. 현대중공업은 선주(船主)로부터 선박 제작을 의뢰받고 하도급 업체로부터 기자재를 납품받아 선박을 제조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선박 조명기구 납품업체 기술자료를 선주 지정업체에 전달했다.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 고객인 선주 P사는 특정 납품업체를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2017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30년 이상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고 있던 A사 제작도면을 유용했다.

공정위는 “선주 요청이 있더라도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B사가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면서 단가 인하폭이 커진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내부문건도 확인했다. 현대중공업이 B사가 하도급 업체로 등록되지 못할 경우 단가 인하 목표치를 3%, 거래관계를 이원화할 경우 단가 인하 목표치를 5%로 계획한 정황이 담겼다. 실제 이 계획에 따라 7% 단가가 인하됐다.

또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 제공하고 납품 가능성을 알리기도 했다. 기어커플링, 티자 파이프 등 5가지 선박용 엔진부품에 대한 입찰과정에서 기존 업체 도면을 제3 업체에 제공하고 견적 제출을 요구했다. 제3 업체는 제품 일부를 낙찰받아 납품했다.

현대중공업은 80개 하도급 업체에 293건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기술요구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한편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기술유용 과제'를 추진 중인 기술유용감시팀은 조직 유효기간 1년이 남은 상황이다. 협력업체 기술보호는 중소기업의 영속성 측면에도 필수적인 과제다.

앞서 당국은 △두산인프라코어(과징금 3억7900만원, 고발) △아너스(과징금 5억원, 고발) △볼보그룹코리아(과징금 2000만원) △현대건설기계·현대중공업(과징금 4억3100만원, 고발) △현대중공업(과징금 9억7000만원)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했다.

이 같은 성과를 평가해 행정안전부는 내년 11월 존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조직 존폐를 결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보호하는 노력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첨단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