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성 B씨를 알게 됐다. 어느날 B씨는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는 해외 소재 암호화폐 투자사 홈페이지를 소개했다. A씨는 B씨가 소개한 투자사 가상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전송했다. 처음 걱정과 다르게 상당한 수익이 나왔다. 이내 A씨는 수익금을 찾기로 결심했다. 투자사는 해외 세금 등을 이유로 고액의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추가 입금에도 수익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B씨는 잠적했고 해당 홈페이지도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암호화폐 고수익 투자와 이성적 호감을 미끼로 한 신종 스캠 수법이 포착됐다. 스캠 일당은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 조작으로 피해자가 실제 수익을 올린 것처럼 눈속임하고, 소액 인출은 허용해 의심을 피해가는 치밀함도 보였다. 피해자가 수익금을 찾을 때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방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스캠 수법 피해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고팍스의 자금세탁방지팀에 10월 말부터 동일한 유형의 스캠 사기 신고가 4건 접수됐다. 이전에는 보고되지 않았던 수법이 며칠 사이 급증한 것이다. 4건 가운데 3건은 거래소 차원에서 사전에 암호화폐 인출을 막아 금전 피해를 막았다.
본래 스캠이란 도박판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를 뜻한다. 경제 사기수법 용어로도 통용된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투자자를 현혹해 투자금을 가로채고 잠적하는 행위를 말한다. 스캠 일당이 온라인 메신저나 SNS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특정 계좌번호나 지갑주소에 자산을 이체하도록 유도한다.
신종 스캠은 기존 스캠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사기 유형으로 파악된다. 피해자의 이성적 호감을 이용한 로맨스 스캠에 피해자에게 실제 수익이 나는 것처럼 위장하며 경계심을 풀게 하는 등 수법이 고도화됐기 때문이다 .
먼저 일당은 소위 '데이트앱'에서 범죄 대상을 물색한 뒤 이성적 호감을 사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처음에는 호감으로 접근한 것처럼 속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한다. 이때 피해자에게 암호화폐, 주식, 에너지 등에 투자하는 허위 자산운용사 홈페이지를 소개한다. 피해자에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일당의 가상지갑에 입금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홈페이지와 앱을 조작해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 것처럼 연출한다. 수익만 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손실도 발생시켜 정상 투자처럼 위장했다. 실제로는 일당의 수중에 피해자 자산이 넘어갔을 뿐이다. 처음엔 소액만 맡겼던 피해자가 의심을 거두고 더 큰 금액을 맡기기도 했다. 소액 출금을 요청할 경우 즉시 인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의심을 피해갔다.
일당은 피해자가 거액 인출을 요구할 때 본색을 드러냈다. 해외 세금을 빌미로 고액 암호화폐 추가 입금을 요청하고, 홈페이지를 폐쇄한 뒤 잠적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피해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캠 성격상 피해자가 선뜻 피해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허위 사이트가 지속적으로 폐쇄되고 생성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백명훈 고팍스 CISO는 “수법이 고도화해 거래소 인지 전 이미 다수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추정한다. 스캠은 거래소 내 자체 솔루션과 내부 기법만으로는 100% 방어가 어렵다.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수”라면서 “데이트앱, SNS에서 만난 낯선 이의 투자 권유와 접근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실제 사기 피해를 입었을 경우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신종 스캠 사기 과정(자료 : 고팍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