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과 기아차, 르노삼성차 완성차 3사가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파업 카드를 꺼내며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수출이 고꾸라진 상황에서 노사 관계가 새로운 경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오는 2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강행하는 내용을 담은 투쟁 지침을 발표했다. 6년째 적자로 경영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노조는 2년 연속 파업을 택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잔업과 특근 거부도 임단협 통과 시점까지 계속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는 것을 전제로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으로 총 7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생산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한국지엠은 이미 잔업과 특근 거부로 17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에도 3일간의 전면파업을 포함해 총 10일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2만여대에 달했다.
한국지엠 생산 차질은 협력사 경영난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 협력사 모임인 한국지엠 협신회는 입장문을 내고 “한국지엠 임단협이 조기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사가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생산라인 중단만큼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기아차도 노사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 신청을 기아차 노조는 오는 3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다. 투표 결과 쟁의행위에 찬성하는 조합원 비율이 절반을 넘으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차 노조는 전기차와 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 사내 유치를 비롯해 잔업 30분 보장, 노동이사제 도입,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사측이 3분기 실적에 1조2592억원의 품질 비용을 반영한 것에도 강력 반발하며 이사회 사퇴도 요구했다.
르노삼성차 노조 역시 이번 주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협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새 집행부가 자리 잡고 교섭을 다시 진행해야 하고, 쟁의권도 확보한 상황이어서 파업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임단협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던 완성차 업계에 노사 갈등이 대두되면서 생산 차질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대립적 노사 관계에서 벗어나 양보와 결단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