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모빌리티 공유기업 우버(Uber)의 혁신을 이끌어 온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쿠팡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이목이 쏠렸다. 베트남 난민 출신의 '아메리카 드림' 표본이자 글로벌 엔지니어들의 우상인 팸 CTO 영입은 그만큼 파급력이 컸다. 이젠 글로벌 유수의 기업조차 도대체 쿠팡이 뭐하는 회사인지 묻는다. 그들에게 팸 CTO는 “아마존보다 e커머스를 더 잘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쿠팡은 설립 10년 만에 국내 유통산업을 송두리째 흔든 게임 체인저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직매입·직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은 시장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 이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의 핵심 소구점은 가격보단 속도가 됐다. 쿠팡의 매출도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3485억원에서 지난해 7조1531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팸 CTO는 쿠팡의 비즈니스가 자신이 몸 담았던 우버와 꼭 닮았다고 했다. 두 모델 모두 '이동의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버가 사람을 옮긴다면 쿠팡은 상품을 옮긴다는 것만 다르다. 파괴적 혁신으로 '논란을 몰고 다니는 스타트업'이라는 점도 같다.
가파른 성장세도 그가 쿠팡을 선택한 이유다. 그가 우버에 합류한 2013년 5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우버의 매출은 현재 100억달러를 훌쩍 넘긴다. 팸 CTO는 “이제 쿠팡도 폭발적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스템을 더 키우고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역시 기술을 통해 빠른 성장을 일궈냈던 팸 CTO의 경험이 쿠팡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자신문은 세계인들의 삶을 바꾸겠다는 쿠팡의 담대한 여정에 동참하게 된 투안 팸 CTO를 단독으로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대담=김승규 벤처유통부장
-최근 쿠팡에 합류했는데. 쿠팡에 오기로 결심한 이유는.
▲김범석 쿠팡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쿠팡에 대해 알아갈수록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그 여정에 함께 하길 원했고 나의 경험이 쿠팡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식적으로 합류한 지는 6주 정도 됐다. 직접 와서 보니 이미 자체적으로 많은 것을 이룩해놓은 회사였다. 동시에 여러 사업 기회도 엿볼 수 있었다. 세계인들의 삶을 바꾸겠다는 큰 비전을 가진 회사에 합류해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직접 본 쿠팡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쿠팡은 날마다 고객의 기대 수준을 높이는 기업이다.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 등 세계 어디에도 없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쿠팡 고객에게 이런 서비스는 이제 일상이 됐다. 전 세계 많은 기술 기업들이 사람이 이동하고 쇼핑하고 여가를 즐기는 방식을 바꿔 왔지만, 쿠팡은 말 그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회사다. 한국에 와서 로켓배송을 직접 써보고 굉장히 감탄했다. 전 세계에 로켓배송 같은 서비스는 한국 밖에 없다. 몇 시간 전 주문한 상품도 받아볼 수 있지 않느냐.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혁신 서비스다.
-CTO로서 구상 중인 기술이나 목표가 있다면.
▲엔지니어와 테크 부문에서 많은 공부를 했고 오퍼레이션(사업운영) 부분에서도 어떻게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크게 인재 채용과 프로세스 개선, 기술 아키텍처(TA) 이렇게 세 부문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매우 빠르게 변하는 현대적 테크기업이다. 우수한 능력과 경력을 갖춘 개발자가 더 많아야 한다. 나의 역량을 총동원해 성장 가속에 도움이 될 글로벌 엔지니어 인재를 데려오겠다.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인재 채용에 있어 쿠팡이 구글 같은 기업이 되는 것이다.
프로세스를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업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지려면 무엇보다 프로세스가 개선돼야 한다. 엔지니어 툴도 나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부분에서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다이내믹 프라이싱(가변적 가격 책정)도 도입할 수 있겠다. 일례로 식품의 경우 짧은 유통기한을 고려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보여줄 수 있다. 고객에게 더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쿠팡은 국내 e커머스를 대표하는 기술투자 기업이다. 로켓배송도 보완할 부분이 있는가.
▲물론이다. 기술을 통해 모든 부분에서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머신러닝을 데이터 카탈로그에 적용해 검색기능을 개선할 수 있고, 재고 관리에도 활용할 수도 있다. 쿠팡친구에 의존하고 있는 배송 최종 단계에서도 필요하다면 맵핑 기술과 라우팅(최단 거리에 있는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기술을 적용해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을 것같다.
-최근 쿠팡이 핀테크와 OTT까지 비즈니스를 확장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글로벌 온라인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는가.
▲지속 성장을 위해선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어떤 분야에 투자를 할 지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핀테크의 경우 쿠팡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할 때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결국 고객과 판매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직접 하면 더 잘할 수 있고 효율적이고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넷플릭스 같은 OTT 모델도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도 필요한 경우 우리가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쿠팡은 끊임없이 고객 요구를 충족해나가는 회사다. 물건을 살 수 있고 음식도 배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슈퍼 앱'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술을 통해 실현시켜야 한다.
해외 진출을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기술 측면에서 말하자면 즉시 가능하도록 기술을 준비시켜 놓는 게 내 역할이다. 쿠팡의 서비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한국 밖으로 진출하게 되면 가장 적절한 도시가 어디일지 고민해 나가야 한다. 지금 쿠팡이 집중해야 할 것은 어떻게 고객을 감동시킬 것인가, 어떤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의 삶을 개선시킬 것인가다. 우리가 새롭게 도전하는 신규 비즈니스는 모두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7년간 몸 담았던 우버와 쿠팡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꼽자면.
▲쿠팡과 우버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가장 큰 유사점은 회사가 변화하는 속도다. 또 고객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집착하는 것도 비슷하다. 기술이나 최신 아키텍처를 갖추고 있는 점도 유사하다. 이런 면을 볼 때 쿠팡의 빠른 성장이 크게 놀랍지 않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인재 분포 측면이다. 쿠팡은 상대적으로 시니어 엔지니어가 부족하다. 우버의 경우는 엔지니어 구성이 매우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이점은 쿠팡에서도 지속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곧 비슷해질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 IT강국이지만 글로벌 테크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다. 향후 전망은.
▲한국 테크 전망은 매우 밝다. e커머스만 보더라도 쿠팡이 아마존보다 더 잘하고 있다. 아마존도 익일배송의 프라임 서비스가 있지만 쿠팡은 새벽배송, 당일배송까지 가능하지 않나.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인구 밀집도도 중요한데 기술을 통해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의 혁신이 서양보다 빠르며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다.
젊은 세대의 벤처 정신, 도전의식도 매우 뛰어나다. 예전에는 안정적 회사를 많이 선호했다면 지금은 기술 혁신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경우가 많다. 그 변화가 테크 분야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이러한 마인드셋이 한국 테크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e커머스 시장은 많은 사업자 수에 비해 수익을 내는 기업은 적다. 쿠팡도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쿠팡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부른다. 아마존 경우도 초창기 10년 동안은 쿠팡과 비슷하게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래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여겼고 결국엔 더 나은 회사가 됐다. 모든 기업이 성공하려면 초창기에는 투자가 필요하다. 기술과 물류, 고객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해야 한다. 쿠팡도 비슷한 상황이다. 쿠팡은 아직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의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다.
-글로벌 IT기업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무엇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성공보다는 도전에 직면했던 순간이다. 나는 베트남 난민 출신이다. 영어도 못하는 어린 시절 베트남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했던 경험이 인생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때부터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모든 커리어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버 초창기에 합류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도 중요한 기억이다.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순간이 있었고 다가올 휴가시즌 수요를 감당할 만큼 시스템 규모를 키우지 못했던 기술적 문제도 겪었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극복하며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앞으로는 쿠팡이 가장 기억이 남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자신만의 일 하는 방식이나 문제를 처리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굉장히 단순하게 문제에 접근한다. 문제를 세분화해 해결할 수 있는 단위로 나눈 다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인재를 활용해 해결한다. 그 방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필요한 지식이나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또 겸손하게 문제에 접근한다. 처음부터 답을 알고 있다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문제를 진단하고 같이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이때 팀워크도 굉장히 중요하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일 하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배 연구자로서 한국 엔지니어에 대해 해주고 싶은 조언은.
▲엔지니어는 '빌더(builder)'다. 엔지니어는 분석을 하고 빌딩을 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더 많은 기업에서 엔지니어의 역할이 커지고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인재를 확보하려면 기업들이 엔지니어를 존중해야 한다. 여기서 존중이란 이들에게 권한을 넘겨야한다는 의미다. 단순 도구가 아니라 대우하고 권한을 일임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만든다면 기업은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 또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인재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다른 기업과 경쟁도 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쿠팡이 성공적 기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싶다.
○투안 팸 쿠팡 CTO는…
1979년 12세 나이에 나무배에 의지해 베트남을 떠나 망명길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난민캠프에서 머무르다 어렵게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로 이주했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컴퓨터사이언스 학위를 취득하고 1991년 휴렛팩커드(HP)에 입사하며 엔지니어로서 여정을 시작한다. 이후 실리콘그래픽스(SGI)와 넷그라비티를 거쳐 더블클릭 엔지니어링 부사장, VM웨어 R&D 담당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에는 우버(Uber)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입사해 8년여간 엔지니어링팀을 이끌며 우버를 세계 최대 승차공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40여명에 불과했던 우버 엔지니어링팀도 3800명 규모로 키웠다. 연간 승차공유 횟수가 1000만건 수준이었던 우버도 전 세계 800개 도시에서 매년 70억건 이상의 승차공유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지난달 한국 e커머스 기업 쿠팡에 CTO로 합류하며 서비스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인재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리=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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