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너에 몰린 포스코

류태웅 산업에너지부 기자.
류태웅 산업에너지부 기자.

“포스코는 물류 자회사 설립을 중단하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가 포스코 숙원인 '물류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연합회는 국내 54개 해양 관련 단체 및 기관들로 이뤄졌다. 국내 최대 해양인 모임이다. 연합회의 '아우' 격인 한국선주협회 압박이 무위에 그치자, '형님'이 목소리를 낸 셈이다.

한해총 등판은 예상됐었다. 선주협회는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관련 협·단체와 연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해총은 포스코 약점을 끄집어냈다. 성명서는 “국민 기업이자 초대형 화주인 포스코가 해운산업 재건에 총력 중인 정부와 해양산업계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행동은 협력업체와 상생을 강조하는 포스코 경영이념(기업시민) 이율배반이라고 몰아세웠다.

정부와 국회까지 포스코에 적대적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이 물류산업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국무회의 의제로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여·야도 같은 입장이다. 국민의힘 이만희, 권성동 의원은 “굳이 왜 그런 시도를 하느냐”며 국감에 참석한 김복태 포스코 물류통합 태스크포스(TF) 전무를 나무랐다. 포스코 본사가 있는 포항이 광역단체장부터 국회의원까지 모두 야당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포스코는 철강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항변한다.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물류 효율화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화주 간 상생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포스코에 전달했다”면서 “단순 물류비 절감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포스코가 내년으로 다가온 최정우 회장 연임을 위해 '물류 자회사 설립' 카드를 강행한다는 해석도 있다. 숙원을 이뤄낸다면 최근 경영 실적 악화를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제 공은 포스코로 넘어갔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의 편에 설 것인지, 마이웨이를 택할지 '국민기업'의 선택만 남았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