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디지털전환 성공하려면...민관협의체계 세우고 부처 칸막이 허물어야"

한국형 뉴딜이 새 해법 제시
융복합 플랫폼 서비스화 필요
정부, 갈등조정체계 구축하고
민간형 비즈니스 모델 설계를

포스트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과 혁신성장 포럼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장윤종 포스코 경영연구원장을 좌장으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학용 순천향대 교수, 이학성 LS일렉트릭 전력시험기술원장, 허성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 박문구 삼정 KPMG 전무이사, 장 원장, 안준모 서강대 교수,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 김우순 중소벤처기업부 제조혁신정책과장, 김원배 전자신문 통신방송과학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포스트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과 혁신성장 포럼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장윤종 포스코 경영연구원장을 좌장으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학용 순천향대 교수, 이학성 LS일렉트릭 전력시험기술원장, 허성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 박문구 삼정 KPMG 전무이사, 장 원장, 안준모 서강대 교수,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 김우순 중소벤처기업부 제조혁신정책과장, 김원배 전자신문 통신방송과학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디지털 전환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의 유일한 생존전략입니다. 디지털전환 주체인 기업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 수립 체계를 만들고,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해야 합니다”

3일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국회에서 공동 개최한 '포스트코로나 시대, 디지털전환과 혁신성장'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업이 참여하는 정책 수립, 갈등 조정 구조를 안착시키고 신산업 트렌드에 맞는 부처 간 협업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준모 서강대 교수는 산업계의 성공적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정책 수립 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2000년대 초 IT버블 붕괴 당시 미국 상위 25% 기업 중 60%만이 침체기 이후에도 상위그룹 지위를 유지했고, 하위 75% 기업 중 14%가 상위그룹으로 부상했다. 1990년대 초 미국 경기 침체기는 물론이고 1990년대 말 우리나라 외환위기 당시에도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뚜렷했다.

안 교수는 “경기 침체기간에 업력이 8년 이하인 혁신형 가젤기업이 기술혁신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후 긴축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는 기업 자리를 빠르게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코로나19를 창조적 파괴를 가져오는 충격으로 본다면 디지털 전환은 기업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며 “여전히 많은 기업이 디지털 혁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한국형 뉴딜이 해법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현장에선 정부가 투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겠다는 고전적 접근을 고수하고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안정망 강화라는 중심축이 연계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따른다”며 “융·복합 플랫폼 서비스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으로써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디지털 전환 관련 신사업이나 규제 이슈는 과거와 달리 여러 부처에 걸치는 경우가 많다”며 “부처마다 고유 정책 고객을 두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여러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처별 칸막이성 정책 지원을 뛰어넘어 융·복합에 방점을 둔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면서 “범부처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갈등관리 역량 강화도 주문했다.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처럼 디지털산업과 기존 산업 간 이해 충돌 사례가 지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안 교수는 “정부 주도 톱다운(Top-down)식 정책 추진과 개별 기업 중심 이슈 발굴은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다”며 “기업 중심 보텀업(Bottom-up)식 정책 추진으로 혁신 단계별로 예상되는 규제 이슈를 일괄 발굴하고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갈등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교수는 “유럽에선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폐배터리 처리 및 활용방안을 논의하는 이해관계 합의 도출 플랫폼을 파일럿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할수록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정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또 “내년 국가 R&D 예산이 27조원에 이르면서 효율성에 치중한 나머지 적극적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며 “이에 국가 R&D를 통한 창의적 도전이 쉽지 않다는 연구자의 하소연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안 교수는 “기술혁신에서의 국가 역할은 평가자가 아닌 기획자로 창의적이고 도전적 시도를 위한 감사 및 R&D 관리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민간 부담을 떠맡으며 기업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전환 지원을 위한 한국형 뉴딜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문구 삼정 KPMG 전무는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한국형 뉴딜전략 수립 방안을 조언했다.

박 전무는 한국판 뉴딜 정책 문제점으로 △민간형 비즈니스 모델 부재, 수익률(ROI) 불투명 △정책 중복 나열 △1차원적 기술 인프라 나열 등을 손꼽았다.

박 전무는 “기업 관점에선 사업 모델이 명확하지 않고 수익성 또한 장담할 수 없으니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한다”며 “정책 또한 매시업 없는 설계로 예산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의 상관, 선후 관계를 설계할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며 “1차원적 기술 인프라만 열거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무는 “상세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인프라, 신기술의 나열로는 보조금만 타먹는 좀비기업을 양산한다”며 “정부 투자액의 단 10%만이라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명품전략을 설계하는 데 투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책만 있고 설계가 없으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전제한 박 전무는 “누가 정책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세계 최강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고 산업을 설계해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민간 상상력을 녹인 상호운용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며 “현재 겪고 있는 경체 교착상황을 디지털을 지렛대로 해결하는 실험을 해 나가자”라고 제안했다.

이상민 4차산업혁명포럼 대표(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디지털전환을 선도하는 그룹만이 살아남아 후세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오늘의 제언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병수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국민의힘 의원)는 “수도권 과밀, 집중 발전으로 지방이 거의 소외, 소멸되는 위기를 겪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지금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자균 산기협 회장은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전략”이라며 “정부가 디지털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투자 물꼬를 트면서 산업계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협회도 기업이 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민관협의체 추진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