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發 스타트업 창업·이직 의지 낮아졌다…"경기침체에 도전보다 안정"

사진 왼쪽부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김광현 고려대 교수,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
사진 왼쪽부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김광현 고려대 교수,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대기업 재직자들의 스타트업 창업·이직 의지가 한풀 꺾였다. 취업 준비생들 역시 스타트업 창업이나 소기업 취업 선호도가 낮아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전보다 안정성을 택하는 경향이 취업 시장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서 짙어지고 있다.

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공동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대기업 재직자들이 가진 스타트업의 '불안정한·불투명한' 이미지는 전년 6.2%에서 올해 22.6%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대기업 재직자가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는 정도는 '전혀 비고려'가 33%, '비고려'가 24%를 차지, 부정 인식이 전체 57%를 차지했다. 긍정 인식은 전체 17.6%로 나타나 전년 20%에 비해 낮아졌다.

창업에 대한 긍정 인식 역시 전년 43.0% 대비 0.6%P 낮아진 42.4%로 집계됐다. 지난해 창업 의사가 전년 33.6% 대비 9.4%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부정 인식 배경으로는 '낮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40%), '급여 등 복리후생 감소에 대한 걱정'(38.9%)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광현 고려대 교수는 “대기업 간 혹은 외국계 기업 간 이직 시장은 아직 활발한 편이지만 직접 창업을 하는 것에는 관심이 떨어졌다”면서 “대기업 재직자들은 최근 사내벤처 프로그램 등을 활용, 안정성과 기회를 모두 잡는 '하이브리드 엔터프리너십'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인재 채용 시장에서 경직된 분위기도 감지됐다. 창업자들은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시급하게 개선돼야 하는 점으로 '기반자금 확보·투자 활성화'(46.4%)와 '우수인력 확보'(36.7%)를 꼽았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는 “세계적 경기 불황으로 모험 자본은 줄고 안정 자본으로 투자금이 쏠리고 있고 이는 이직·채용 시장에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이후 개선 가능성도 제기됐다. 내년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기대감은 57.8%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매년 생태계가 성숙해지고 있고,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이번 조사는 창업자 166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취업준비생 200명을 표본으로 9월 18일부터 28일까지 이뤄졌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