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한미 간 수출과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미국의 직접투자가 확대되도록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국 대선 이후 대미(對美) 수출 및 미국의 대한(對韓) 직접투자 추이 분석 보고서를 내고 “미국 대선 다음 해 한국의 대미 수출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대선이 치러진 해보다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이 산업통계분석시스템(iSTANS) 자료를 바탕으로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30년간 대미 수출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선 다음 해(8개년도) 대미 수출액의 전년 대비 성장률 평균은 -4.2%로 전년도보다 위축됐다. 나머지 22개년도의 수출액 성장률 평균은 8.2%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도 2000년 이후 5차례 사례 중 4차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8년에서 2018년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214억달러에서 730억달러로 3.4배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4.2%였다. 반면 미국에 대선 다음 해의 전년 대비 수출액 성장률 평균은 -4.2%에 그쳤다. 총 8회 미국 대선 직후 다음 해 중 5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18.7%)을 나타냈고, 2013년에는 직전 해 발효된 한미 FTA 영향으로 비교적 큰 폭의 플러스 성장률(6.0%)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을 제외하더라도 대선 다음 해의 전년 대비 성장률 평균은 -2.1%로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다.
주요 산업별 수출 실적을 보면 수출 성장률 변화 폭이 가장 큰 산업은 철강으로 나타났다. 철강 산업은 미국 대선 다음 해에는 평균 -8.1%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나머지 해에는 20.7% 성장률로 차이가 28.8%포인트(P)에 달했다. 철강 산업은 경기에 민감하고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분야로 다른 산업에 비해 큰 영향을 받았다. 자동차 산업 역시 미국 대선 다음 해 평균 -6.9%를 기록했으나 나머지 해에는 13.8%로 격차가 20.7%P에 달했다. 반도체도 12.2%P 격차를 보였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 역시 미국 대선 다음 해 감소세가 뚜렷했다. 2000년부터 2019년 성장률 평균은 29.8%인데 반해 미국 대선 다음 해 성장률은 5차례 사례 중 4차례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성장률 평균은 -23.5%에 머물렀다.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해는 2013년 한 차례에 불과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신정부의 경기부양책 등 대미 수출에 기회 요인도 일부 존재한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경제 침체 지속, 미·중 무역 갈등의 불확실성,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으로의 리쇼어링 확대 등 대미 수출 악재들이 산적해 신정부와의 원만한 통상 협상과 철강, 자동차 등 주요 대미 수출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직접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