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문화는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해 지역별 문화와 사회 규범에 적응하며 진화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일찍 알려진 공중 목욕 시설 중 하나는 기원전 2500년경 인더스 계곡에 위치했던 모헨조다로(Mohenjo-daro)에서 발굴됐다. 이후 기원전 300년경, 로마에서 목욕 관행이 사회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목욕탕은 모이고 교제하는 중요한 장소가 됐다. 목욕 문화는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 지역마다 다른 풍습과 에티켓으로 진화했다. 트립닷컴에서 세계의 다양한 목욕 문화를 소개한다.
◇러시아 '반야'
매서운 겨울 추위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인들은 가열된 나무 구조물인 반야로 들어간다. 편안한 습도 60~70%를 유지하며 높은 온도는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치유를 도와주기도 하며 기분까지 풀어준다. 반야의 특징은 향긋한 자작나무나 참나무 가지들로 이루어진 다발로 몸을 탁탁 두드림으로써 피부 각질을 제거해주고 동시에 정맥 순환을 돕는다. 슬라브 신화에서 모든 반야에는 '바니크'라는 유령이 지키고 있어 방문자가 무례하거나 버릇이 없으면 바니크가 화를 내며 끓는 물이나 뜨거운 돌을 던진다고 전해 내려온다. 반야 후에는 빙판 수영장에 빠지는 것이 전통이다. 극단적인 온도 차이로 혈액 순환을 돕고 근육 노폐물을 씻어내 추운 겨울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으로 여겨진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반야는 1806년에 지어진 산두니 반야(Sanduny Banya)다.
◇멕시코 '테마스칼'
멕시코의 전통 사우나로 알려진 테마스칼에서는 고대 메소아메리카에서 전투나 의례적인 경기 후에 몸속 독소를 제거하고 자연과 다시 연결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다. 돔 구조 석조건물에서 주술사가 달궈진 화산암에 약재를 포함한 물을 뿌려 향기로은 증기로 가득 채운다. 입구는 두꺼운 담요로 밀폐하고 내부를 어둡게 해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테마스칼에서는 주술사 주도로 무속적 성가를 외치기도 하며 이곳에서 땀을 흘리며 육체적, 정신적, 영혼적 질환을 모두 치료하는 것으로 믿는다.
◇터키 '하맘'
하맘은 로마 제국이 7세기에 터키로 확장하면서 로마와 비잔틴 목욕탕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한다. 하맘은 몸과 영혼을 정화시키는 곳으로 극도의 청결함을 가진 장소라고 여긴다. 지금도 여전히 사교와 휴식을 위한 흔한 모임 장소다. 하맘은 터키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에 있으며 이슬람교에서 신(알라)을 뵙기 전 목욕을 중요시 여겨 이를 중심으로 하맘이 발달했다. 1741년에 지어진 팔색조 대리석 하맘인 터키 이스탄불의 카갈로그루 하마미(Cagaloglu Hamamami)는 꼭 방문할 가치가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핀란드 '사우나'
사우나라고 흔히 사용하는 단어는 '목욕·목욕탕'이라는 뜻의 핀란드어다. 약 200만개 사우나가 있을 정도로 핀란드 어느 지역에서도 사우나를 흔히 찾을 수 있다. 핀란드인에게 사우나는 생활습관으로 캠핑 여행을 갈 때는 휴대용 사우나를 가지고 다닐 정도다. 핀란드에서는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며 유대감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회의보다 사우나에서 더 중요한 결정이 많이 내려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핀란드 사우나에서는 맥주나 사이다와 같은 차가운 음료와 난로 위에서 구운 소시지를 간식으로 먹는 것이 전통이다.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사우나는 서남부에 위치한 탐페르라는 도시의 라자포틴 사우나(Rajaportin Sauna)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