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앞으로 백옥·마늘주사를 무작정 맞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보험회사들이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 부담을 키웠던 신데렐라·태반·감초·마늘·백옥주사 등 5대 영양제에 대해 현미경 손해사정을 실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양제 주사가 남용돼 불필요한 비급여 손실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손해보험사들은 단순 소견서 외에 효과가 입증된 때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신데렐라·태반·감초·마늘·백옥주사 등 이른바 '○○주사'로 불리는 5대 영양제 주사에 대해 앞으로는 단순 소견서 외에 효과를 입증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주사들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린 허가사항과 다르게 미용이나 피로회복, 숙취해소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가 감사원을 통해 다수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행위는 과도한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진단서 또는 처방전에 나온 진단명에 해당 비급여 약제가 필요한지, 비급여 약제가 이 진단에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식약처 매뉴얼과 비교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식약처의 5대 영양제 주사 안전사용매뉴얼을 보면 이들 주사의 정확한 이름은 △신데렐라주사, 티옥트산 △태반주사, 자하거추출물 및 자하거가수분해물 △감초주사, 글리시리진 △마늘주사, 푸르설티아민 △백옥주사, 글루타치온 등이다. 게다가 식약처 허가 효능·효과에도 피부미백이나 피로회복, 숙취해소 효과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일부 병원이 △신데렐라주사는 피부탄력 개선 △태반주사는 미백주사 △감초주사는 피로회복 및 숙취해소 목적으로 처방하고 있다.
감사원이 발표한 보건복지부 감사보고서를 보면 미용시술 관련 9개 주사제들이 눈꺼풀경련, 첨족기형 등 의료 목적 외에 미용 등 허가 외로 대부분 사용됐다. 감사원은 이들 주사제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185억원가량 공급돼 거의 전액이 비급여로 사용되는 등 4년 동안 9개 의약품 총 7691억여원이 비급여로 허가 외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소수 병원이 환자가 찾아오면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먼저 묻고 영양제 주사 등 과도한 치료를 권한다는 것이다. A손보사에 청구된 비급여 주사제 소견서의 경우 부산 소재 이비인후과가 전체 청구 건수의 80%를 차지했다.
비싼 주사제 비용이 청구되면서 보험사 지급액도 늘고 있다. B손보사는 2018년 698억8000만원이던 연 실손보험 청구액이 영양제 주사가 크게 늘면서 작년 901억4000만원으로 129% 급증했다. 올해도 950억7000만원 수준이 예상돼 전년 대비 16.6%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실손보험 손해액도 늘고 있다. 작년 실손보험 손해액은 11조원이다. 이는 8조7000억원을 기록했던 전년과 비교하면 26.4% 증가한 수준이다. 손해율도 133.9%로 집계돼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6년(131.3%) 손해율을 넘어섰다. 보험료 1만원을 내면 1만3130원이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B손보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자체가 일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기반으로 나눠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인데 일부 소수 병원이 과도하게 영양제 주사 등 과도한 치료를 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러면 비급여가 상승해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