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 존폐 위기…中企 몰아주기가 부메랑으로

에스엠면세점, 이달 운영 중단 후 철수
코로나 여파 '적자누적' 버티지 못해
'대기업 입찰 제한' 정책 실패 사유 지적

10월31일부로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에스엠면세점 입국장 면세점
10월31일부로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에스엠면세점 입국장 면세점

정부가 규제혁신 일환으로 추진한 입국장 면세점 사업이 최대 위기에 몰렸다. 인천국제공항에 국내 첫 입국장 면세점을 열었던 에스엠면세점은 11월부터 운영을 중단하고 철수 작업에 돌입했다.

대기업 참여를 원천 차단하고 중소·중견기업에만 입찰 자격을 부여해 상생 모델로 삼으려 했던 정부 구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면세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부 정책이 위기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자회사 에스엠면세점은 지난달 31일부로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과 2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운영을 종료했다. 앞서 시내면세점과 T1 출국장 사업을 중도 포기한 에스엠면세점은 남은 두 곳마저 철수를 택했다. 사업장이 전부 사라진 만큼 에스엠면세점은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운영 중인 입국장 면세점도 T2 엔타스듀티프리 한 곳만 남게 됐다. 에스엠면세점이 작년 5월부터 T1 동편과 서편에서 합계 380㎡ 규모로 운영해온 입국장 면세점은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인천공항공사와 협약을 맺지 않은 에스엠면세점은 정부의 50% 임대료 감면 지원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중도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납부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SM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최초 입국장 면세점인 만큼 운영을 지속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타격으로 적자가 누적되며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됐다”면서 “여기에 공항 측에서 임차료 50% 감면 소급 적용을 거절하면서 불가피하게 전면 철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스엠면세점의 시장 철수로 입국장 면세점 사업도 존폐 위기에 몰렸다.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도입을 확대하려던 청사진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현재 김포공항은 그랜드관광호텔이 김해공항에선 엔타스가 입국장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했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반년이 넘도록 사업 개시조차 못하고 있다.

역차별 논란에도 중소·중견업체 대상으로 제한 입찰을 진행했던 정부의 입국장 면세점 사업 정책에도 생채기가 났다.

갑작스러운 변수에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은 위기를 버티고 반등을 꾀하고 있지만 중소·중견 업체들은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가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할 경우 상품 구색은 물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도 현실이 됐다.

입국장 면세점은 오픈 첫 달인 지난해 6월 매출 54억원에서 그해 10월에는 49억원으로 줄었다. 이용객마저 급감하자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 활성화를 위해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시장 교란을 이유로 금지했던 담배 판매까지 허용했지만 소용없었다. 지난달 입국장 면세점 매출은 2억5000만원에 그쳤다.

다만 국내 유일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로 남게 된 엔타스듀티프리는 현재로선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해공항에도 사업권을 획득한데다 출국장 면세점 등 공항 사업장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키우겠다는 계산인 만큼 입국장 면세점 운영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제품을 대량 매입해야 구매 단가가 떨어져 마진이 발생한다”며 “대기업 계열사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구매력이 약한 중소·중견업체에만 운영을 허용한 입국장 면세점의 경우 그야말로 존폐 위기”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