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조지프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지 판매·영업·생산 전략을 다시 마련한다.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해 배터리 전기차(BEV)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생산량과 충전 인프라를 확대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라인업은 4종에서 내년에 8종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신차 4종(아이오닉5·이매진·eGV80·JW)은 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플랫폼(E-GMP)으로 완성된 전략 차종이다.
다만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한 전기차 생산 전략은 대폭 수정한다. 현대차그룹의 8종 전기차의 내년 생산량은 모델당 많아야 10만대 수준으로, 이들 물량은 국내와 유럽 시장 대응에 맞춰져 있다. 올해 3월부터 체코 노쇼비체 공장에서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지만 연간 생산량은 3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내년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분을 포함해 20만대 이상 전기차를 생산·판매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미 올해 초 생산량 부족으로 미국에 출시하기로 한 코나 일렉트릭과 '쏘울EV' 출시를 연기하고, 미국 내 물량을 유럽으로 옮긴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유럽도 쉽지 않은 상황에 북미까지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바이든 당선자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내 자동차 평균 효율을 리터당 23.2㎞로 높이고, 완성차 업체가 이를 맞추지 못하면 일정 기준에 벌금을 부과하는 규제책을 확정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상을 '미국 내 생산 차종'(Made in USA)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USMCA'는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무역 협정이지만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 자국의 부품 조달 비율을 높이는 산업보호정책이다. 결국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부품으로 현지에서 차를 생산했을 때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미국에 전기차 판매 비중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현지 부품 조달 등 현지 생산 부담까지 안게 됐다. 또 유럽 내 유력 사업자인 '아이오니티' 등 다수의 충전사업자와 협약해서 확보한 충전서비스 인프라를 미국에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9일 “친환경차 정책과 자국 산업보호 정책이 새로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미 시장 진출 전략 마련을 위해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노후차 보유자가 전기차를 구매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곳을 설치한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미국 내 관용차량 300만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