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사회적 거리두기가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행이나 숙박, 외식 등 대면서비스 관련 품목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물가 하락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1~2월 중 0%대 중후반 수준을 나타내다가 코로나19 발생 후 0%대 초반 수준으로 상당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물가는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고자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를 뜻한다. 근원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소비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코로나19는 부정적 수요충격으로 작용하면서 코로나 민감품목이 근원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격과 구매량 변화를 반영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수요·공급민감 품목과 비민감품목으로 분류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수요민감품목에는 대표적으로 의류, 신발, 가발, 핸드백 등 상품과 음식서비스, 호텔숙박료, 여행비 등의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공급민감품목으로는 피아노, 손목시계, 국산승용차가 포함됐는데 국산승용차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으로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구매량은 늘어난 영향이 작용했다.
근원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보면 코로나 민감물가는 1~2월 각각 0.5%포인트(P), 0.2%P를 기록한 뒤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4월에는 -0.3%P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수요민감물가가 코로나19 물가에 대한 영향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물가에 대한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요민감물가를 활용해 코로나19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