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이익선이 정당인으로서 폭넓은 만남과 함께 역량을 펼쳐나간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 스튜디오에서 이익선과 만났다.
1991년 첫 데뷔와 함께 2006년까지 KBS 기상보도를 담당해온 국내 1호 여성 기상캐스터다. EBS '시네마천국', KBS2 '연예가중계' 등 TV예능과 YTN라디오 '이익선의 웰빙플러스', 교통방송 '이익선의 뮤직 하이웨이', 국군방송 '이익선의 행복바이러스' '달콤한 음악여행' 등 라디오 DJ로서 대중과 꾸준히 마주해 온 방송인이다. 4월에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 정당 '미래한국당' 대변인으로 발탁된 바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의 유튜브채널 '고성국TV' 특별코너 진행 등 정치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익선의 행보는 대중과 접점이 큰 방송인으로서 오랜 경험과 함께 역량을 폭넓게 다지는 모습이다. 이익선은 인터뷰 동안 기상캐스터이자 방송인, 최근의 정당인까지 이어져온 행보에 대한 소회를 솔직하게 밝혔다.
◇기상캐스터 이익선
-기상캐스터로 처음 도전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부터 방송반을 해오면서 쌓았던 이력과 자신감을 그대로 성인이 돼서까지 이어가면서 EBS 교과목 프로그램 리포터를 하고 있었다. 선배인 박찬숙 앵커의 제안으로 본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1991년 5월 무렵 기상캐스터로 데뷔하게 됐다. 당시 KBS는 두 시간 생방송 뉴스를 시작한 직후였고, 기존 두 명이던 기상담당 기자 중 1인이 SBS로 이직하면서 관련 인원이 필요하게 된 상황이었다. 프로그램 미할당 아나운서나 기상정보센터 요원, 리포터 등 방송 유경험자을 중심으로 바로 투입이 가능한 사람을 중심으로 오디션이 펼쳐졌다.
운 좋게도 오디션에 합격해서 한 달 정도 교육을 받고 투입이 됐는데, 사전지식도 공부해야 하고 오전 5시 출근 등 상당히 어려운 일이 거듭됐다. 스스로 극복하고자 매일 노력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기상캐스터로서 자리하게 됐다.
-기상캐스터로서 유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요즘으로 치면 기삿거리가 될 법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어리숙한 멘트나 마이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멘트를 치는 등 생방송 초보자로서의 실수를 초반에 했었다. 나름 해변가를 거니는 콘셉트를 세워서 야외 생방송에 임할 당시 갑작스러운 파도에 맞아 당황스러운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모두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다. 당시 크로마키 기술이 섬세하지 못했던 탓에 의상이나 헤어 등의 스타일링 부분에 있어서도 재미있는 일들이 상당수 발생하곤 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업무와 직업적인 부분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업무 부분에서는 당시 시선이 기상캐스터를 전달자가 아닌 기상정보 생산자로 인식하면서 비난하시는 경우가 많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의 전문성을 갖췄어야 한다는 점이다. 1000페이지에 달하는 기상총감을 보고 공부했던 노력은 10년 이상의 기상캐스터 활동은 물론 현재까지도 가시거리나 바람 등의 전문 내용을 보고 대기를 상상할 수 있게 됐다.
직업적인 어려움은 기상캐스터에 대한 선입견이다. 기상캐스터 대부분이 프리랜서여서 제대로 대우를 받기 어렵고, 10년 이상 전문성을 쌓아도 '앵커로 승진해야지'하는 격려를 들을 정도로 낮게 보는 경향이 상당하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그러한 한계점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국내 최초 여성 기상캐스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하자면.
▲기상캐스터는 분명 재미있고 매력 있는 직업이다. 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 단순히 경험 또는 징검다리 정도로 접근한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 물론 경력 측면에서 활용한다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상캐스터 역시 남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비주얼 측면 외에는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주지 못할 것이다.
◇방송인 이익선
-기상캐스터 일을 그만 두고 방송 쪽으로 전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요즘은 조금 덜하지만 당시에는 결혼과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결혼 후 둘째를 낳은 후에 복귀가 안 돼 직접 요청하러 갔는데, 그에 따른 응답은 이후 통화로 '일요일 새벽 10분뉴스' 제안만 툭하니 날아왔다. 결국 속상한 마음만 안고 인사를 하지도 못한 채 그만뒀다.
-방송인으로서 걸음은 어땠나.
▲1994년 당시 EBS 최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던 'EBS 시네마천국'의 초대 MC를 맡은 이후 올해 초까지 방송을 계속 해왔다. 젊은 열정과 공을 들여왔던 기상캐스터 일을 그만둔 상황이라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꾸준한 방송활동으로 스스로 능력을 입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왔다. 매니지먼트를 따로 두거나 하지 않았기에,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게는 말 그대로 최선이었다. 그것이 잘 받아들여져서인지 요즘도 일선 중견기업 주주총회에서 13년 동안 진행자로서 책임을 맡고 있고, 26세 때부터 계속해온 기업체 강연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만족하면서 인정받고 있다.
-클래식·예술 주제 방송과 함께 라디오 진행자로서의 이력이 상당하다.
▲방송인과 함께 늘 꿈꿔왔던 분야가 성우였다. 사실 성우시험 최종 면접까지 간 적도 있었지만 겸직을 우려한 면접관 지적으로 낙방했다. 방송과 성우의 접점이라 할 수 있는 라디오에 관심을 뒀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출연한 라디오 방송을 들은 PD가 제게 제안하면서 DJ로 나서게 됐고 그것이 최근까지 이어졌다.
TV나 라디오 양 측면에서 다소 클래식 예술 분야를 많이 한 듯 보이는 것은 우연한 경험 때문이다. 한때 예능 패널로 출연했을 당시 망가져서 재미를 줘야 하는데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경험을 했다. 동료인 오영실 언니에게 많이 혼나곤 했지만(웃음) 잘 안 고쳐지더라.
-TV와 라디오 모두를 경험해본 방송인으로서 차이가 있다면.
▲TV는 화려한 시각적 요소와 함께 펼쳐지는 레스토랑 연회라면, 라디오는 마주앉아 담소하는 찻집의 느낌이라 할 수 있다. TV는 다양한 요소와 편집 속에 나를 숨길 수 있지만 라디오는 알고자 한다면 진행자의 내면을 다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만큼 라디오는 심적으로든 역량으로든 준비가 더 필요하다. 발음이나 목소리를 떠나서 상대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소양과 기본상식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소위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라디오가 아닐까.
◇정당인 이익선
-방송인 이력과 함께 올 초 정치계에 입문했다. 계기가 있다면.
▲우연히 많은 분과 식사자리에서 '나만 잘 먹고 잘사는 게 목표면 너무하지 않은가'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스스로 잘되는 것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것이 바른 것인가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됐다. 그러던 와중에 불교TV 토크쇼 인터뷰 간 만났던 김태흠 의원에게서 제안을 받았고, 이후 자유한국당 인재 영입으로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됐다. 만 30주년을 맞는 방송인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아는 것을 잘 전달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하자는 생각과 함께 정치 초년병으로 입문하면서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 대변인으로서 발탁되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총선 입후보한 16인의 지원연설과 함께 7인이 국회 입성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총선 이후 최근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치 초년병으로 뭔가를 쉽게 얻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면서 군주론과 같은 정치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간간이 진행자로 나서면서 보수지지층과 만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 박사가 극우성향이라는 점을 들어 저에게 우려 섞인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10년 전 국회방송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정치 평론가 가운데서 그가 정치적 식견과 인품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소신에 따라 저의 행보도 연관돼 이뤄지고 있다.
-정당인으로서 이익선이 추구하는 핵심은.
▲좌우의 균형이다. 물론 보수쪽을 지향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보수 측에서도 뼈저린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진보진영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 있다. 양극을 균형있게 조화시키려 하는 것이 제 핵심 목표라 할 수 있다.
-계획과 하고 싶은 말.
▲기상캐스터, 방송인, 정당인. 지칭되는 바는 다르지만 전 늘 쓰임 받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내실을 다지기 위해 여러 대중과 만나면서 현실을 더 깨닫고 관련 지식도 더욱 쌓아나갈 것이다. 또 심정적으로도 강건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저를 포함해서 정치와 현실을 보는 모든 대중은 모두 근사한 분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유혹 속에서도 바른 길과 현실을 조명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저도 잘 비쳐지도록 열심히 해나가겠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