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판매 격차가 지난달 85대 수준까지 좁혀지며 수입차 왕좌를 두고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아우디 A6도 1위 E클래스와 격차를 300대 미만으로 줄이며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0월 E클래스는 전월 대비 27.3% 감소한 1826대를 판매하는 데 그친 반면 5시리즈가 39% 증가한 1741대를 기록했다. 두 차종 간 판매 격차가 100대 미만으로 좁혀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같은 기간 A6도 23.1% 늘어난 1532대를 판매하며 E클래스와 5시리즈를 바짝 추격했다.
지난달 E클래스와 5시리즈는 나란히 신형 모델로 교체를 마쳤다. E클래스는 신형 모델 교체 과정에서 물량이 부족했던 것이 판매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국내에 판매할 총 9종의 라인업 가운데 디젤 모델 E 220 d 4MATIC AMG 라인과 가솔린 모델 E 350 4MATIC AMG 라인을 우선 출시했다. 나머지 차종은 이달부터 순차 출시한다.
5시리즈는 가솔린 5종과 디젤 2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1종을 포함해 총 8종의 라인업을 갖췄다. 이 가운데 먼저 5종 판매를 시작했다. 5시리즈의 경우 E클래스보다 원활하게 물량을 확보하며 판매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누적 판매는 E클래스 2만4297대, 5시리즈 1만6971대로 E클래스가 앞서고 있지만, 신형 모델을 기점으로 격차가 줄어들면서 선두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 승부는 물량 공급에 숨통이 트일 이달부터 갈릴 전망이다.
5시리즈 외에 경쟁력이 높은 동급 차종이 연달아 출시된 점도 수입차 1위 E클래스 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A6는 지난해 말 신형 모델 변경을 거쳐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올해 A6 누적 판매는 9026대로 전년 동월 대비 220% 급증했다. 9월 등장한 볼보 S90도 6000대 가까이 계약되면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산차 제네시스 G80도 꾸준한 인기를 끌며 프리미엄 세단 점유율을 흡수하고 있는 점도 수입차 업계의 부담이다. 지난달 G80은 전년 동월 대비 218% 성장한 5352대가 팔려 동급 수입 세단을 큰 차이로 앞섰다. 올해 누적 판매는 4만4481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성이 강화된 프리미엄 세단이 연달아 출시되면서 E클래스조차 1위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면서 “각 사의 원활한 물량 수급과 연말 할인 등 판촉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