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형 확장에 성공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명품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선다. 백화점 판교점장에서 면세점 지휘봉을 잡게 된 이재실 대표는 '세계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입점에 전력을 쏟을 전망이다. 백화점 출신 인사를 통해 명품 유치에 성공한 신세계면세점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포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정기 임원인사에서 면세점 대표로 백화점 출신 이재실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직 발탁했다. 이 신임 대표는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패션사업부장에 이어 신촌점과 무역센터점, 판교점 점장을 두루 거친 백화점 유통업 전문가다.
앞서 황해연 대표가 동대문점과 인천국제공항까지 사업장을 늘리며 외형성장을 이끌었다면 이 대표는 당분간 3개 점포를 유지하면서 명품 브랜드 유치를 통해 면세사업을 안착시키는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가장 큰 고민은 부족한 MD 역량이다. 같은 후발 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이 명동점에 3대 명품(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을 전부 유치한 것과 비교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단 한 개 브랜드도 입점시키지 못했다.
이들 명품 브랜드는 판매 단가가 높고 모객 효과가 커 면세점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명품을 유치해 면세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현대백화점면세점 입장에선 모회사인 백화점의 전폭적 지원이 요구된다.
백화점에서 브랜드 협상을 진두지휘해온 이 대표를 구원투수로 낙점했다. 동시에 박장서 영업본부장 전무와 곽준경 MD담당 상무도 각각 승진시켜 브랜드 영업에 힘을 실었다.
이는 신세계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 역시 백화점에서 상품본부장과 패션본부장을 거친 손영식 대표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후 3대 명품 유치에 성공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후발주자 한계에도 루이비통과 샤넬에 이어 에르메스까지 품으며 '업계 빅3' 구도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백화점 해외명품팀장을 역임하며 MD 전문성을 갖춘 손 대표의 브랜드 협상 역량이 빛을 발했다.
한편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손 대표가 명품 유치 임무를 완수한 만큼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세대교체에 대한 움직임도 거론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적자전환하며 위기에 몰린 만큼 재무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인사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영식 대표는 신세계면세점으로 건너와 명품 브랜드 유치라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면서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가 명품 브랜드 유치와 성과를 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