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요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 백신 출시 전까지 수요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같은 영향으로 휘발유 정제마진은 폭락했다. 정유업계는 불투명한 정유 수요 회복에 각종 세금 부담 우려까지 첩첩산중이다.
16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11월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및 2021년 1분기 석유 수요 전망치는 전월 대비 하향 조정됐다.
IEA는 2020년 세계 석유 수요가 9130만배럴로 작년 대비 88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월 전망치 840만배럴보다 40만배럴 줄어든 것이다.
IEA는 올해 3분기 추정치도 내려 잡았다. 전월 대비 40만배럴 하향 조정했다. 4분기 전망치도 120만배럴 줄였다.
IEA는 이 같은 배경으로 소비 둔화를 꼽았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됐지만, 석유 수요 반전은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된다는 가정 아래 2021년 하반기 이후 석유 수요 증가를 예상했다.
IEA는 석유 공급 과잉도 우려했다. 내년 1월부터 OPEC+가 감산량을 580만배럴로, 현재 대비 200만배럴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23개 석유수출국 협의체다. 국제 유가 하락이 예상된다.
정유업계는 IEA 전망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유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은 약세다. 휘발유 정제마진은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1.8달러로 지난 9월 평균 4.2달러 대비 57% 급락했다. 복합 정제마진은 11월 둘째 주 배럴당 1.3달러로 10월 첫째 주 2.0달러 대비 35%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흑자(2941억원)를 냈다. 하지만 이는 유가 반등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등에 기인한다. 국제 유가 및 정제마진 개선 여부에 따라 4분기 실적은 엇갈릴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다. 1~3분기 원유정제시설(CDU) 누적 가동률은 76.7%로 역대 최저까지 떨어졌다. 2014년 이후 연간 기준 90%를 하회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정유사들이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는 세금 부담까지 커졌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유류 정제·저장시설 및 천연가스 제조시설에 제품 생산량별로 리터당 지역자원시설세 1원을 부과하는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전소 등 소재지 주민을 위해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같은 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유사들의 연간 조세 부담은 2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운송 수요 및 정제마진 본격 회복은 백신 개발과 더불어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권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 발의는 이중 과세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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