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1년간의 계도기간에도 불구하고 주52시간제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연내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계도기간 추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조사 기업 가운데 39%는 주52시간제도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중소기업의 준비는 더 미흡했다. 조사 대상 500개 기업 가운데 주52시간을 초과한 기업은 218개사다. 이들 기업 가운데 41.7%는 주52시간에 대비하고 있으나 연내 완료가 어렵다고 답했다. 16.5%는 준비할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나머지 41.8%는 준비를 마쳤거나 연말까지 완료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이 주52시간제도에 대응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는 '추가채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절반 이상(52.3%)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구인난(38.5%),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28.7%), 제도설계를 위한 전문성, 행정력 부족(24.1%) 등이 꼽혔다.
중소기업들은 50인 이상 300인 미만에 대한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연장을 추가로 요구하는 분위기다. 전체 응답기업 가운데 56%, 주52시간 초과업체 가운데 90.4%가 추가 계도기간을 필요로 했다. 40.7%가 '2년 이상' 계도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연장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 개선을 요구했다. 응답기업 절반 이상이 탄력근로제만으로는 주52시간 도입에 따른 애로 사항이 풀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노사 합의에 의한 추가 연장근로제, 선택근로제 등을 도입해 주52시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제도를 모든 중소기업으로 기한 없이 확대하자는 응답이 56.3%를 차지했고, 특별연장근로제도 인가 요건을 완화하자는 응답도 33%가 나왔다.
코로나19 발생 안팎으로 중소기업의 초과근무는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0.1시간, 발생 이후 평균 근로시간은 57.0시간으로 집계됐다. 응답 중소기업 대부분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초과근로자 비율과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여전히 상당수 중소기업이 비용부담, 인력난 등으로 주52시간제 준비를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업무특성상 탄력적 근로시간제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노사합의에 의한 추가 연장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근로시간 단축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