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성시대다. 연일 TV와 신문에서 AI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스로 학습하고 깨우쳐 인간을 대체하는 경이로운 존재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 한 회의실에서 태어난 AI는 컴퓨터에 지능을 심어보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시작됐다. 그런데 지능이란 것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정의조차 어려운 애매함이 있다. 인간의 사고나 감정, 창의력을 모두 포괄해야 하는데 원리가 밝혀지지 않은 추상적인 것을 만들려고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지능의 원리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이 지능의 결과로 나올 수 있는 인식이나 추론, 학습과 같은 행위를 흉내내는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뭔가 될 듯 싶다가도 과연 이것이 지능인가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과도한 기대와 실망이 AI의 역사가 되고 말았다. 이런 부침에서 두 번의 커다란 굴곡을 'AI의 겨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컴퓨터 개발 성공에 고무된 비이성적인 자신감으로 10년 정도면 인간처럼 추론해 문제를 해결하는 AI를 완성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선언적인 지식표현이나 효율적인 조합탐색이 주류를 이뤘다. 실용적인 음성인식과 자율탱크 프로젝트의 실패로 1969년 맨스필드 수정조항에 의해 목표가 불확실한 기초연구 지원이 중단됐다. 또 1973년에 단순한 문제 해결책으로는 실세계의 방대한 조합문제를 풀 수 없다는 라이트힐 보고서는 1차 겨울의 결정타가 됐다. 그러다가 1976년 MYCIN을 필두로 다양한 전문가 시스템이 실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이고 로스 퀸란의 결정트리로 그러한 지식이 데이터로부터 자동으로 구축될 수 있다는 사실로 시작된 붐은 1978년부터 10년간 지식기반 시스템을 중심으로 계속됐다. 그 이후 에이전트나 머신러닝 등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확장성 문제에 봉착했는데, 2012년 성공적인 딥러닝을 기점으로 현재 폭발적인 붐을 영위하고 있다.
딥러닝은 AI의 일부인 머신러닝의 여러 방법 중 인공신경망의 모수인 가중치들을 데이터로부터 자동으로 결정하는 방법이다. 인공신경망은 입력의 가중합을 비선형적으로 출력하는 여러 개 계산단위를 층으로 쌓아서 입력으로부터 적절한 출력으로 변환하는 모형이다. 비록 두뇌의 신경망 구조에서 영감을 받기는 했지만 입출력 관계를 모사하는 가중치들을 수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2006년 제프리 힌튼으로 시작돼 2012년 대규모 영상분류 경진대회에서 획기적인 성능을 냄으로써 연구가 폭증, 최근에는 AI와 동의어로 사용될 정도로 발전했다. 영상인식이나 기계번역에서 인간 전문가의 수준을 뛰어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AI의 탄생과 굴곡에 정면으로 맞선 미국은 AI 암흑기에도 정부 차원의 지속 투자로 기초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여기서 양성된 인재를 활용해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다양한 상용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기술전략이나 산업화 로드맵을 만들어 대처하고 있다. 그 와중에 중국이 국가 전략기술로서 대규모 투자와 인력양성을 공격적으로 이행하면서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도 I-Korea 4.0 실현을 위한 AI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하고, 세계적 수준의 AI 기술력과 R&D 생태계 확보를 위해 대대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그 일환으로 차세대 AI 원천기술 개발 사업을 위한 예타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딥러닝의 제약사항을 해결해 고도화하는 연구는 물론 이를 뛰어넘는 포스트 딥러닝 연구를 수행한다. 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로부터 사전 지식 없이도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기술이나 짧은 시간 내에 소량의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새로운 데이터를 분석해 지식을 확충하고 인간과 같은 논리적 추론이 가능, 궁극적으로 광범위한 정보를 개념화해 상식 수준의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AI 발전을 위해서는 핵심 원천기술의 전략적 개발과 함께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공유와 확산을 위한 제도 보완, 지속적인 중장기 R&D 투자가 필수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에 머물지 말고, 안전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기술이 돼야 한다. 차세대 AI 원천기술 개발사업과 같은 노력을 통해 AI가 더 이상 겨울이 없는 미래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조성배 연세대 인공지능대학원 컴퓨터과학과 교수 sbcho@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