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적자전환한 가운데 신세계면세점이 대기업 면세점 중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사업장을 대폭 늘린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손실이 늘었다. 2년 전 특허 입찰에서 과감한 베팅으로 사업권을 획득한 것이 코로나 변수에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은 올 3분기 205억원 영업손실을 거뒀다. 같은 기간 롯데면세점이 110억원, 신라면세점 142억원, 현대백화점면세점 11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경쟁사 대비 적자 규모가 2배에 달한다.
후발주자인 신세계면세점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것은 공항점 임대료 부담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에 따라 9월부터는 고정 임대료 대신 매출과 연동된 영업요율 형태로 변경됐지만 7월과 8월에는 임대료의 50%를 고정 납부해야 했다.
신세계면세점 공항점의 월 임대료는 약 360억원으로 인천공항에 입점한 대기업 면세점 3사 중 가장 많다. 롯데면세점은 200억원, 신라면세점은 240억원 수준이다. 절반을 감면받긴 했지만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백억원대 임차료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특히 신세계는 3분기 시내점 매출이 25% 줄어든 반면, 공항점은 89%나 급감했다. 당초 우려했던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됐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018년 롯데가 조기 철수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1·DF5 사업권 특허심사에서 호텔신라를 제치고 2개 사업권을 모두 가져간 바 있다.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며 업계 3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했지만 과감한 베팅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당시 입찰에서 신세계는 신라보다 약 25% 높은 입찰가를 써냈다. 후발주자로서 단숨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그러나 47%에 달하는 임대료율이 결국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악수가 됐다.
올해 신세계면세점 누적 적자는 899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익이 1305억원 줄었다. 신세계는 4분기부터 적자폭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영업시간 단축과 판관비 절감, 임차료 영업요율 등에 힘입어 고정비를 줄여나간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차료 등 고정비 절감과 시내면세점 매출 회복세에 따라 4분기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면서 “재고물량 조절이 관건인 상황에서 내수 판매와 제3자 국외반송 등 정부 지원책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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