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증권사 1, 2호인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이 내년 초 진검승부를 앞두고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두 회사 모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구축을 발표한 만큼, 기존 대형 증권사들이 MTS에서 보여주지 못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승기를 잡을 확률이 크다. 두 회사 모두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주기 위한 기술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증권사 1호인 카카오페이증권과 2호 토스증권은 모두 MTS 구축에 착수했다. 토스증권은 지난 18일 금융위원회 최종 본인가를 받고 내년 초 서비스 오픈을 앞뒀다.
카카오페이증권은 MTS 구축 계획은 천명했지만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다만 토스증권과 선점대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내년 비슷한 시기에 MTS를 개시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두 곳 모두 코스콤에 MTS 구축을 맡겼다.
토스증권 강점은 핀테크 플랫폼 '토스'다. 간편송금이란 혁신을 이끌어낸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직관적으로 개선하면서 금융업계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신생 증권사인 토스증권은 모바일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주 무기로 삼을 것이다.
토스증권은 카카오페이증권과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두 회사가 증권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게 된 것은 동일하지만, 세부 전략과 서비스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양한 경쟁자 출현에도 토스가 계속 성장하고 있듯이, 토스만의 성공 경험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도 차별화 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토스증권의 한계로는 불안한 자본력이 거론된다. 충분한 수준의 자기자본 확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외부 투자자를 통한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신생 증권사가 단시일 내에 흑자 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외부 조달은 사실상 필수다.
일각에선 토스증권이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를 통해 단기간 증자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 장기적으로 충분한 규모 증자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자본금은 320억원이다. 토스증권은 최근 13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500억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지만 증권사 자본 규모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쟁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은 대주주(카카오페이 및 카카오) 증자 여력이 풍부해 자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토스증권은 카카오페이증권에 비해 대주주 증자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출범 직후부터 가입자 확보 및 매출 증대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증권 강점은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를 기반으로 은행업을 흔들어 놓은 것처럼 카카오페이증권도 증권시장에 새로운 변혁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다. 카카오뱅크 성공 방정식을 습득해 증권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어서다. 카카오뱅크는 파격적인 사용자경험으로 큰 혁신을 일으키면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또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은 양사간 시너지를 통해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든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해 카카오페이증권은 MTS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카카오페이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원장관리시스템에 분리아키텍처(MSA)를 적용할 방침이어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원장개발시스템은 증권사가 고객 계좌를 관리하고 거래 내역과 매매 등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MSA 기술을 도입해 카카오페이 3500만 가입자가 불편 없이 쉽고 빠르게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00만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문제가 없도록 확장성을 갖춘 유연한 시스템인 것으로 알려졌다.
MSA는 각 서비스가 마치 레고 블록처럼 독립 구성이 돼 있어 필요한 정보기술(IT) 부문만 분리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영업 환경에 선제 대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까지도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의 끊임없는 MTS 전산 사고로 소비자 신뢰가 추락한 가운데 카카오페이증권 기술력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카카오뱅크 성공 이후 국내 금융회사들의 애플리케이션 품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이어서, 카카오페이증권이 사용자경험 측면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만들어내는 건 어렵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내년 두 회사의 MTS 서비스가 시작하면 생존 전략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MTS를 통해 국내 주식 소수점 매매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식은 최소 1주 단위로 거래가 가능하다. 소수점 매매를 활용하면 주식을 소수 단위로 쪼개 0.1주만 살 수 있다. 해외 주식에 대한 소수점 거래는 현재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국내 주식에 대한 소수점 거래는 아직 전례가 없다.
소수점 매매가 도입되면 소액으로도 고가 우량주를 한 바구니에 담는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가 가능해진다. 커피 한 잔 값으로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서 성장성 짙은 젊은 소액 투자자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